“오늘은 내가 쏜다.” “반만년 역사의 우리 민족은….”

한국이 일본 전철 밟는다고?… 역동적인 한국인은 다를 걸!
일본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말이라고 한다. 그들은 ‘한턱’ 내도 조용히 돈을 낸다. 반만년이면 그냥 5000년이라고 한다. 일본인들과 사뭇 다른 한국인들의 용어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 스스로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와 묘한 자부심이다.

리서치회사 엠브레인은 ‘2018 대한민국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한국은 장기불황이라는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서울과 도쿄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생활방식, 가치관을 비교했다. 결론은 ‘한국이 일본을 따라간다고 하기엔 두 도시 사람들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미래보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응답이 도쿄는 28.3%였지만 서울은 49.4%나 됐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응답도 서울 43.4%, 도쿄 30.3%였다. 서울 사람이 훨씬 더 현재지향적이었고, ‘욜로’의 삶을 추구한다. 소비도 비슷하다. ‘유행에 따라 옷을 구입한다’는 응답이 서울은 29.3%, 도쿄는 14.8%였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을 구매한다’는 응답도 서울(31.9%)이 도쿄(18.9%)보다 훨씬 높았다.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사람’은 서울 46.3%, 도쿄 13.1%로 격차가 컸다.

한국과 일본 모두 서구에서는 집단주의 사회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생각도 서울과 도쿄 사람들이 달랐다. ‘우리나라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다’라는 데 동의한 응답이 도쿄는 18.7%에 그쳤지만 서울은 51.5%에 달했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엠브레인은 일본의 문화심리학자 이누미야 요시유키 서정대 교수의 자기 개념을 차용했다. 서울 사람은 ‘주체성 자아(subjective self)’가 강하며 스스로를 대인관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심존재로 인식한다. 반면 도쿄사람들은 ‘대상성 자아(objective self)’가 강해 스스로를 사회적 영향력을 수용하는 주변적 존재로 본다는 얘기다. 이런 프레임이 서울과 도쿄 사람의 차이를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는 게 엠브레인의 분석이다. 이누미야 교수가 낸 책의 제목도 《주연들의 나라 한국, 조연들의 나라 일본》이다.

엠브레인은 이를 근거로 일본은 현실 순응적이고 변화에 보수적이며 역동성이 떨어지는 반면, 서울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는 욕망과 문화적 욕구가 강하고 능동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