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키움증권] 초대형 IB, 어음발행 등 수익 다각화… 대형사가 실적 개선 이끌 듯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확충해 초대형 투자은행(IB)사업 격전을 준비 중이다. 5개 증권사는 지난 1일 모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초대형 IB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사실상 초대형 IB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이들의 첫 전장은 발행어음 부문이다. 어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조달이 가능하다. 이렇게 끌어모은 자금으로 초대형 IB는 1년 미만의 회사채를 발행해 기업금융,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최소운용비율은 기업금융은 수탁금의 50%, 부동산은 30%로 제한된다.

초대형 IB의 어음발행 첫해 이에 따른 스프레드 마진은 1~1.5%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진 규모는 5개 회사를 합산해 11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별로 계획이 다르겠지만 어음 발행을 통한 투자는 신용등급 A 이하의 회사채, 중견·중소기업 등에 대한 직접투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금융, 구조화금융 등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어음 발행을 통해 5개 증권사는 약 1100억원의 신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당 평균 220억원 수준이다.

초대형 IB에 대한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은 모험자본을 육성하는 것이다.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으면 예탁자금을 기업금융자산 등에 투자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도 가능해진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고, IMA에는 한도가 없다. 증권사가 조(兆) 단위로 운용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업무 중복이 적어지고 규모의 차이를 확대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누구나 브로커리지(위탁매매)를 하고,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하며, 채권을 운용하는 획일화된 기존 국내 증권사 비즈니스모델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증권업 전반에 긍정적이다. 그동안 한국 증권업계는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대형 및 중소형사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해 출혈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대형사가 탄생하면서 국내 증권업계는 과도기에 진입하게 됐다. 앞으로 대형 및 중소형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얘기를 해보자. NH투자증권은 최근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거래고객에게 ‘평생 수수료 무료’ 조건을 제시했다. 모바일 주식거래를 확대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새로울 게 없지만, 이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은 9bp(1bp=0.01%포인트)를 밑돌고 있다. 순영업수익에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형사일수록 그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수익원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거래수수료 할인 이벤트가 대형사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에서 수익 증가를 크게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춰 고객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자본력과 다양한 이익 원천을 가진 대형사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 금리 인하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내리는 건 정부의 실태 점검에 앞서 선수를 치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 부문의 수익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과 달리 증권사의 핵심 이익 중 하나다. 브로커리지 수수료처럼 공격적으로 인하하기는 힘들다. 그렇더라도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면 대형사가 버틸 수 있는 능력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다.

증권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실적 개선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초대형 IB 관련 신규 투자 기회 발굴이다. 두 번째는 운용능력 개선이다.

올해 말 시작될 발행어음 업무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차이를 더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과거 한 번에 그치는 것으로 여겨지던 수익이 인력과 네트워크가 갖춰지면서 고정수익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 관심이 쏠린다.

박혜진 < 교보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