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플러스] DGB금융, 하이투자증권 인수…득일까 실일까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9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치러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DGB금융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확정했다. 하이투자증권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DGB금융은 내년 3월께 하이투자증권을 최종 인수하게 된다. 인수 대금은 약 450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가 대상이다.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92.42%)과 현대선물(65.22%)의 지분도 포함됐다.

DGB금융 측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바탕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 인수 효과에 대한 신중론이 불거지면서 이날 DGB금융(-4.59%) 주가는 4% 넘게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이투자증권의 낮은 수익성을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날 메리츠종금증권은 DGB금융의 목표주가를 1만3000원에서 1만1500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도 기존 '매수'(바이)에서 '단기매수'(트레이딩 바이)로 하향 조정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황에 민감한 하이투자증권의 취약한 수익구조와 함께 타사 대비 높은 우발채무(약 1조원) 등이 부담"이라며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언론을 통해 가시화된 이후 DGB금융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고, 이는 투자자의 불편한 심리를 대변하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던 사모 선박펀드 관련 손실, 일회성 구조조정 비용 집행, 대우조선해양 채권 평가손실 등으로 인한 기저 효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수치인 5%를 최근 7년간 하회한 점도 부담 요인이란 분석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의 과거 7개년 평균 세전 ROE는 2.42%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DBG금융의 ROE도 희석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우려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이익 증가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당장 크지는 않다"면서 "인수 추진 자체가 호재가 되기보다는 인수 후 증권 자회사 실적 개선 가시화 정도가 인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요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