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 "그림에 담긴 우리네 인생사, 어른도 동화책으로 위로 얻죠"
“동화는 짧으면서도 통찰력이 깊은 책입니다. 읽는 데 5분이면 충분하지만 우리네 사는 인생사가 모두 담겨 있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도, 깔깔 대며 웃을 때도 많아요. 그림책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제 인생의 큰 선물 같아요.”

광주광역시 최초의 민간 어린이도서관인 ‘아이숲어린이 도서관’을 만든 뒤 지금은 전남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는 정봉남 씨는 자타공인 ‘어린이책 전문가’다. “아직도 매일 아침이면 그림책 독서일기를 쓴다”는 정 관장은 지금껏 읽은 그림책 중 134권을 선별해 소개한 책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써네스트)을 펴냈다.

정 관장은 인터뷰 내내 ‘그림책 예찬론’을 풀어놓았다. 그는 2001년 한 그림책 독서 모임을 통해 그림책에 푹 빠졌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 "그림에 담긴 우리네 인생사, 어른도 동화책으로 위로 얻죠"
“모든 문학은 인간학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사람은 문학을 읽죠. 그림책은 쉽고 간결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깊게 해주니 참 매력적인 장르가 아닐 수 없어요.”

그가 이번 책에서 소개한 그림책은 100권이 넘는다. 동화책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일까. 정 관장은 “골똘하게 생각해 볼 물음표 하나를 던져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흔히 듣지 못하는 작고 낮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이 좋아요. 색감이 아름다워 보기만 해도 마음이 힐링되는 책도 있고요.”

이 중 가장 추천하는 책은 《큰고니의 하늘》(창비)이다. 아이 고니가 병이 나 봄이 다가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큰고니 여섯 식구 이야기다. 아이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자 지체할 수 없었던 아버지 고니는 고심 끝에 결국 아이를 두고 떠난다. 아이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쯤 가족들은 이내 다시 되돌아온다. 돌아온 식구들의 모습을 본 아이는 안심하고 숨을 거둔다.

“이 책을 읽은 아이 하나가 ‘내가 아프면 우리 아빠도 이렇게 고민할까요?’라고 묻더군요. ‘그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골똘하게 고민하느라 잠을 못 자는 밤이 많겠지?’라고 대답했죠. 다음날 그 아이 아빠한테 ‘늦게 퇴근했는데 아이가 아빠를 꼭 안아줬다’며 저한테 전화를 줬어요.”

그는 “그림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책 작가 대부분이 아이를 위해 책을 쓰는 게 아니에요. 대부분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려고 노력하죠.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으며 제각기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그림책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