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자동차 수입 3사가 국내에서 판매한 9만8000여 대의 배출가스 인증 서류를 위조하거나 부품 변경 인증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들 수입 3사의 63개 차종에 대해 재인증을 받을 때까지 판매를 정지시키고 역대 최대 규모인 총 7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BMW 600억원대 ‘과징금 폭탄’

환경부는 허위로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수입 3사의 63개 차종에 대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인증 취소,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사전통보했다고 9일 발표했다. 해당 차종은 청문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께 인증이 취소될 예정이다. 재인증을 받을 때까지 같은 차종 판매가 금지되며 재판매까지 일반적으로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BMW는 총 39개 차종, 8만9000여 대에 대해 위법 사실이 밝혀져 608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차종만 28개에 달한다. BMW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인증 조건에 맞추기 위해 경유차 10개 차종과 휘발유차 18개 차종에 대해 시험 결과와 다른 내용을 기재했다. 이에 따른 과징금은 579억원이다. 부품 변경을 인증받지 않은 BMW 11개 차종에는 29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벤츠와 포르쉐는 시험성적서 위·변조가 아니라 변경 인증 미이행만 적발됐다. 벤츠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인증받지 않은 배출가스·소음 관련 부품으로 제작한 21개 차종, 8246대를 판매해 과징금 78억원을 내야 한다. 포르쉐도 미인증 부품을 사용한 5개 차종, 787대를 판매해 17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또 인증서 조작…“추가 조사할 것”

이 같은 사실은 작년 11월 환경부가 15개 수입사를 조사한 이후 1년 만에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서울세관이 BMW, 벤츠, 포르쉐 3곳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세관은 압수수색으로 인증서류를 확보한 뒤 환경부에 기술적 검토를 의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년엔 시간과 인력이 부족했고 조사기간도 2013년부터 2016년 사이로 짧았다”며 “서울세관은 수사권이 있어서 독일 본사의 원본까지 확보해 인증서류를 비교할 수 있어 작년에 걸러내지 못한 부분까지 이번에 잡아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관세청과 협력해 다른 제조사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인증서 조작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류심사 대신 실제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비중을 현행 3%에서 20%로 늘리고 다음달 28일부터 과징금 부과율을 매출의 3%에서 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진화 나선 산업계

BMW그룹코리아는 인증서 위조 판정을 받은 차종 일부를 즉시 판매 중단했다. 즉시 중단 차종은 인증서 위·변조 판정을 받은 28개 차종 가운데 7개 차종으로, 미니 쿠퍼S와 쿠퍼S 컨버터블, BMW M4 컨버터블·쿠페, M6 쿠페와 그란쿠페, X1 x드라이브 18d 등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청문회 등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기 전에 소비자 신뢰 확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수입차 업체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인증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차종의 수입 통관을 진행해 수입 부서와 인증 부서 간 조율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는 주력 차종을 먼저 인증받고 변경 모델은 주력 모델의 인증서를 이용해 인증 절차를 빠르게 밟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있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기존에 구입한 ‘허위 인증 차량’은 환불 대상이 아니다. 허위 인증이 차량 결함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배출가스 문제여서 직접적인 리콜(결함시정 명령) 대상도 아니다. 다만 환경부가 매년 임의로 시행하는 차량 결함확인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해당 차종에 한해 리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심은지/강현우/이상열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