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베트남 다낭 푸르마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에 참석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베트남 다낭 푸르마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에 참석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위원들과의 대화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교역을 2020년까지 현 수준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2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히는 등 교역 확대를 역설했다. 안으로는 소득 주도, 밖으로는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아·태지역 기업인과 대화

문 대통령은 이날 ‘자유무역과 세계화 및 디지털 경제’를 주제로 ABAC 위원들과 대화하면서 “반(反)무역 정서와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ABAC 위원들이 자유무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다른 나라에 강한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대다수 APEC 정상도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성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자유무역을 강조한 데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자유무역에 따른 수출 덕분이라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갖춘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자유무역의 힘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중국 아세안 등 16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APEC 21개국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조속한 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무역의 혜택은 공평하게 나뉘어야 한다”며 “경제통합과 자유무역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인 ‘사람 중심 경제’의 방향을 소개했다. ABAC는 매년 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APEC 21개국 정상들 견해를 듣고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기구다. ABAC 한국 위원으로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김미형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오승준 에스이랩 대표가 활동하고 있다.

“혁신 생태계 조성하겠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경제의 도전과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질문에 “한국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5G 등 디지털 네트워크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규제 체계를 디지털 경제에 맞게 혁신 친화적으로 재설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신산업·신기술 대상 사후 규제 방식인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일정 기간 규제 적용 없이 제품을 출시해 테스트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경제가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도록 APEC 국가가 다같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혁신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여성과 노인, 장애인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복지와의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가 약한 근로자 지원을 위한 지능형 제조 로봇, 빅데이터 기반 치매관리, 돌보미 로봇 등을 직접 거론하며 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 분야 융합 산업에 지원할 뜻을 밝혔다.

다낭=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