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삼성·한투·NH·KB증권 5곳…발행어음 업무는 한국투자증권만 인가
은행-증권사 초대형 IB 인가 앞두고 '밥그릇 싸움'


한국형 첫 투자은행(IB)이 초대형 IB 육성 계획 발표 후 6년여만에 드디어 시동을 걸게 됐다.

그러나 초대형 IB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 1곳만 우선 시작하게 돼 반쪽자리 출범이라는 비판도 있다.

초대형 IB 정식 지정을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 간에는 '밥그릇 싸움'도 재현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증권사 5곳의 초대형 IB 지정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또 금융감독원 심사를 가장 먼저 통과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할 예정이다.

의결 절차를 마치면 금융위가 2011년 7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초대형 IB 육성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한 지 6년 4개월 만에 첫 초대형 IB가 탄생하게 된다.

금융위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다.

합병 전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NH농협증권은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을 각각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에 1조원에 육박하는 중간배당을 해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 여력을 높였고 삼성증권은 자사주 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올해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은 미래에셋대우 7조1천498억원, NH투자증권 4조6천925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3천450억원, 삼성증권 4조2천232억원, KB증권 4조2천162억원 등이다.

이들 대형 증권사 5곳의 자본 확충이 마무리되고 금융당국의 현장실사와 심사가 진행되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조기 순항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실제 양상은 예상처럼 순조롭지 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심사는 한국투자증권 1곳만 완료됐고 4곳은 심사가 아예 보류되거나 심사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심사가 보류됐고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도 각종 사유로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유로에셋투자자문사 옵션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혐의에 대한 금감원 조사 결과 아직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 않아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김용환 회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고 KB증권은 합병 전 현대증권이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초대형 IB 신청 증권사들이 리베이트, 영업정지, 자회사 파산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심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 간 밥그릇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9일 "초대형 IB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고 기존 은행 업무와도 겹친다"며 "발행어음업 인가는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금융투자협회는 "초대형 IB 도입으로 모험자본이 25조원 가량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며 조속한 인가를 촉구했다.


초대형 IB 5곳이 정식 출범하면 발행어음 사업은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외환업무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변경 등록 절차 등을 거쳐 이달 말이면 본격적으로 초대형 IB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는 다 돼 있다"며 "기획재정부에 외국환 업무 변경 등록을 하고 나면 초대형 IB 업무는 일단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초대형 IB를 추진할 수 있는 다음 후보로는 6월 말 현재 자기자본 3조1천680억원의 메리츠종금증권과 3조1천503억원의 신한금융투자가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