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건강, 경제적 안정, 사회적 활동, 원만한 인간관계 등을 영위하며 살 수 있는 행복수명이 74.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대수명과의 차이가 8.5년이었다. 노후에 돈도 없고 건강도 안 좋은 채로 8년 남짓을 불행하게 살 수 있다는 조사 결과다.
"연금으로 은퇴 이후 건강 대비할 소득 준비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최근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영국 등 5개국의 20∼50대 경제활동인구 1000명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수명 국제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행복수명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연구소가 지난해 공동으로 개발한 노후준비 측정 지표다. 건강, 경제적 안정, 사회적 활동, 원만한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보여준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간의 격차 커

올해 조사 결과 우리 국민들의 행복수명은 74.6세로 조사 대상 5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독일이 77.6세로 1위에 올랐고, 이어 영국·미국(76.6세), 일본(75.3세) 순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행복수명과 기대수명 간의 차이가 8.5년으로 일본(9.5년) 다음으로 격차가 컸다. 건강, 경제적 안정, 사회적 활동, 원만한 인간관계 등의 영역에서 노후준비 부족으로 생애 마지막 8.5년간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69.3%가 행복수명이 기대수명보다 5년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으로 은퇴 이후 건강 대비할 소득 준비를"
세부적으로는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격차가 컸다. 한국의 건강수명(73.6세)과 기대수명 격차는 일본(11.9세) 다음으로 높은 9.5년으로 나타났다. 독일, 미국, 영국이 3~5년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연금소득 적고, 부동산에 자산 쏠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엔 한국 고령자들의 소득분포가 있다. 한국 고령자들의 연금 수령액은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55~79세 고령자 중 45.3%인 584만7000명이 평균 52만원의 연금을 수령했다. 공적 연금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가 8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무원연금(8.5%), 군인연금(1.8%), 사학연금(1.4%)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규모가 크고 금융자산 규모가 적은 특성을 보인다는 점도 은퇴 준비 부담이 되고 있다. 연금수령액이 낮은 만큼 개개인이 알아서 은퇴자산을 준비해야 하는데 부동산의 경우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약 4만달러로 5개국 중 1위였으나 금융자산은 약 5만4000달러로 5개국 중 꼴찌로 나타났다. 갈수록 고령자 1인당 진료비가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381만1000원으로 전체 1인당 진료비 127만4000원보다 3배가량 많았다.

◆개인연금보험 관심 많지만 구매 미미

이런 문제는 비단 고령층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젊은 층이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개인연금보험 가입률도 낮은 수준이다. 보험개발원의 ‘2017년 은퇴시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 약 884만 명이 개인연금보험(연금저축보험, 일반연금보험,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했다. 전체인구 대비 가입률은 17.1%다. 특히 20~30대 가입률이 최근 3년간 2.1%포인트 줄었다. 30대의 경우 타연령대에 비해 노후생활 장기화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고 개인연금 구매 의향도 가장 높았지만 실제 가입자는 많지 않았다. 개인연금 미보유자를 대상으로 구매의향을 묻는 질문에 30대(43.8%)가 가장 많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