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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갑 칼럼]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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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까지 기업 규제 645건…지원 법안의 2배
    4차 산업혁명 앞두고 기업 혁신 가로막아
    시장경제 파괴하는 '치명적 자만' 주의해야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
    [강호갑 칼럼]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학형(學兄)! 안타까운 심정으로 다시 불러봅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하는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세계의 산업과 경제생태계가 ‘혁명’의 이름으로 우리를 휘젓고 있습니다. 더욱이 ‘4차’라는 연속의 표현은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학형이 너무나도 잘 체득했듯이 무릇 혁명이라는 것은 그 전(前)과 후(後)가 확연히 다른, 어찌 보면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을 의미하는 연유로 그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일 수밖에 없고 강제적으로 따라야 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산업 및 경제생태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지속해서 단축되고 있습니다. 리처드 포스터 미국 예일대 교수는 1920년대 67년이던 S&P500 기업의 평균수명이 현재 15년에 불과하며, 2020년에는 이들의 4분의 3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새로운 기업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성장을 위한 ‘혁신’은 배부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생존을 위한 혁신의 요구가 임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망은 밝지 못합니다. 당장 혁신의 주역인 우리 기업의 현실을 봅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 입법들이 경제계와 산업계 전반의 숨통을 죄고 있습니다. 수많은 법령과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기업을 질식시킵니다. 우리 땅에서의 지속성장은 요원하거나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2017년 10월 현재 국회는 9558건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 5월 말까지 약 2만7000건이 됩니다. 국회의원 한 명당 평균 한 달에 두 건꼴입니다. 더 큰 문제는 2017년 9월까지 만들어진 기업 규제 법안이 645건으로 지원 법안 328건의 두 배를 웃돈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의 현실을 외면한 채 상황을 독단적으로 재단하고, 반복적이고 중복적인 규제로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먼 옛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오늘날 이곳에서 대량생산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치명적 자만(The Fatal Conceit)》에서 인간 사회에는 오랜 ‘잘못된 믿음’이 일으키는 ‘치명적’인 흐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사는 진실 또는 최고의 선이라고 여긴 모든 사상과 이념, 주의와 제도가 오히려 사회를 더욱 피폐하게 한 무수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합니다. 잘못 정해진 법률은 법전의 문어적 의미 자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현실적 파괴력이 있는 것을 지금 목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양대지침 폐기 등 반(反)시장 토털패키지로 이미 기업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은 또 다른 치명적 실수의 대명사가 되지 않을까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 의무화, 근로자대표 및 소액주주 추천인의 사외이사 의무선임,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혁신을 위한 기업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혁신이란 본질적으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합니다. 혁신의 전제조건은 위험을 안고서라도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그 바탕입니다. 이렇게 해서 기업이 성공하게 되면 그 기업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확대함은 물론 투자자, 소비자, 채권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증대시켜 국가의 발전과 사회안전망 구축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입니다. 국민이 행복한 국가 발전의 초석입니다.

    하이에크는 “자유시장경제와 같은 인류 문명의 기본원리를 파괴하려는 모든 ‘치명적 자만’에 저항해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지식인의 의무”라고 일갈했습니다. 우리의 리더들이 책임감을 갖고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들을 살해한 방식대로 영웅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역사는 계속해서 그것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잊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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