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발 빼는 정크본드… 미국 '위험한 파티' 끝났나
올 들어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뜻하는 정크본드의 시장 동향은 보통 금융시장의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크본드와 미 국채 간 금리 격차가 지난 9일 3.79%포인트까지 확대됐다고 12일 보도했다. 두 채권의 금리 격차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축소돼 지난달 24일에는 3.38%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금리 격차가 축소됐다는 건 금융시장에 위험 요인이 적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정크본드에 투자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크본드와 미 국채 간 금리 격차는 그러나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으면서 미국의 일부 기업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미국 전력생산업체 NRG에너지는 지난주 8억70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발행 직전 취소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회사 측에서 제시한 발행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석탄회사 캐니언리소스홀딩스 역시 같은 이유로 3억75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었다.

이런 시장 분위기 탓에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8월 발행한 회사채 가격도 최근 급락하고 있다. 채권 유통시장에서 테슬라 회사채 가격은 지난 9일 액면가 1달러당 94센트까지 하락했다. 회사채가 액면가보다 6%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역사적으로 정크본드 금리 급등은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 고조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며 “9일 주식시장에서 S&P500지수가 장중 1%대 급락세를 보인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