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서 업종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조선과 건설업종은 ‘중동 오일머니’의 신규 발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혜주로 떠올랐다. 정유사들은 이미 확보한 원유 가치가 높아져 이익을 보고 있다. 반면 항공 해운 유틸리티업종은 원료비 상승에 따른 실적 타격 우려로 주가 약세가 이어졌다.

◆유가 상승…조선·건설엔 호재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1만2600원에 장을 마쳐 최근 석 달간 14.54% 올랐다. 조선주뿐만 아니다. 같은 기간 삼성엔지니어링(25.60%) 등 건설주도 상승세를 탔다. 유가가 오르면서 두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유가 상승으로 중동 경기가 살아나면 조선사와 건설사들은 해양플랜트,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반등하면서 조선업종의 해양플랜트 수주가 기대된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배럴당 60달러 넘은 국제유가… 관련종목 '희비'
그동안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45~55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유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이달 들어 배럴당 60달러까지 돌파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6.7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 석 달 동안 15% 가까이 오르면서 배럴당 6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국제금융회사들의 예측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7일 브렌트유 가격 전망(올 4분기)을 배럴당 55달러에서 62달러로 높여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도 브렌트유가 단기간 내에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과 건설업종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부각된다. 현대중공업(0.66배) 삼성중공업(0.77배) 등 조선사와 현대건설(0.70배) 등 건설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회사 자산을 모두 팔았을 때보다도 작다는 얘기다.

정유업도 유가 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유업종 실적은 원유를 수입하고 이를 정제해 되파는 정제마진 규모로 결정된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이미 사둔 원유의 평가 이익이 늘어난다. 지난 3개월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각각 22.67%, 6.78% 오른 주요 배경이다. 4분기는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성수기다. 난방 활동 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윤성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 이뤄지고 있어 정제유 수요도 강하다”고 말했다.

◆비용 상승 우려에 항공·해운 하락세

기름 소비가 많은 기업들은 유가 상승세에 전전긍긍이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올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한 2조7729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1.5% 늘었지만 유가 상승 등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한국전력 주가는 석 달간 13.16% 빠졌다.

항공과 해운업종도 유가 상승에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항공업종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여객 수요 감소 우려에도 올 상반기에 크게 올랐다. 중국 이외의 목적지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예약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세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16.66%) 아시아나항공(-16.57%) 등 항공사와 현대상선(-21.25%) 팬오션(-15.50%) 등 해운사는 최근 석 달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냈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업종은 비용 부담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며 “다만 원화 강세와 여객·화물 수송량이 아직은 탄탄해 실적이 곤두박질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