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작업이 해를 넘기게 됐다.

▶본지 10월10일자 A14면 참조

내년에도 정부가 예보의 지분 중 일부만 팔 예정이어서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 내년에도 어려울 듯
1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우리은행 주식 4732만 주(지분 7%)를 매각 대금 수입으로 잡았다. 이를 통해 5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일 것이란 계획이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예보에 설치된 기금이다. 정부는 이 기금을 통해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우리은행 지분을 파는 형태로 기금을 다시 회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 밖에 한화생명 5374만 주, 서울보증보험 175만 주 등도 팔아 내년에 총 1조원어치의 공적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 예산안대로 추진되면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는 내년에도 어렵다는 점이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52%를 보유하고 있다. 7%만 팔아서는 완전 민영화가 불가능하다. 당초 지난해 11월 1차 지분 매각에 이어 올해 잔여지분을 모두 팔아 완전 민영화를 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이른바 ‘절반의 민영화’라는 성과를 거둔 뒤에는 꼬박 1년간 별다른 진전 없이 정체돼왔다. 우리은행과 함께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완전 민영화가 늦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정권이 교체된 뒤 국내외 각종 주요 정치·경제 현안이 불거지면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또 채용비리 사태에 따른 이광구 행장 사임 등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민영화보다 후임 행장을 선임하는 게 당장 시급한 상황이다.

잔여지분 매각 이후 7개 과점주주로 구성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민영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IMM PE,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등 5개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파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과점주주 지분(4~6%)보다 적은 물량을 희망수량 공개입찰이나 블록세일(장외 대량매매)로 팔 수 있지만 새로운 대주주가 언제든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과점주주 이익 등을 고려하면서 매각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