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셰일가스로 딥체인지
셰일러시 선점한다
최태원 "제대로 하려면 미국 가라"
2013년 국내 기업 중 첫 진출
서울시 면적의 38%서 오일 뽑아내
비전통 채굴기술 익혀 전세계 진출
텍사스주에 천연가스 액화설비
셰일오일 생산·수송·발전 일원화

SK그룹은 2013년 셰일오일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에너지회사 중 처음이며 유일하다. 글로벌 석유시장을 뒤흔드는 셰일오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도시가스·발전회사인 SK E&S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2013년 미국 석유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의 우드퍼드 셰일광구에 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49.9%를 확보했다. 총매장량 7600만t 가운데 3800만t이 SK E&S의 몫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6월 똑같은 3억6000달러를 들여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셰일광구 지분 75%와 인근 텍사스주에 있는 크레인 카운티 광구 지분 50%를 샀다. 이곳에선 운영까지 맡았다. 셰일오일 시추와 생산 노하우를 익히기 위한 것이다.

전통 방식은 시추 성공 확률이 15% 수준으로 낮다. 배럴당 채굴 원가는 20달러 이하다. 이에 비해 셰일은 원유·가스를 발견할 확률은 높지만 유정당 채굴량이 많지 않아 원가가 배럴당 30~50달러로 높다. 유가가 높을 때 셰일 생산량이 급증하는 이유다.
셰일층은 세계에 퍼져 있다. 현재는 개인 광물권이 인정되고 기술이 발달한 미국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매장량은 중국 러시아 등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셰일 광구에 투자한 것도 당장 이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시추와 채굴 경험을 쌓아 세계 시장에 뛰어드는 게 최종 목표다. 이런 임무를 맡은 SK이노베이션 E&P(탐사개발)사업부는 올초 아예 본부를 휴스턴으로 이전했다. “석유 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본고장인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최동수 E&P사업 대표는 “북미에서 셰일 기술을 익혀 중국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클라호마 인근 광구의 추가 매입도 추진 중이다.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텍사스주 프리포트에선 거대한 천연가스 액화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SK E&S가 셰일가스 수입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은 곳이다. 현지 기업인 프리포트LNG가 짓고 있는 3기의 액화설비 중 3번기 설비용량의 절반을 20년간 사용하기로 했다. 사용료만 수조원에 달한다. 설비가 완공되면 2019년 하반기부터 매년 22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SK E&S는 우드퍼드 광구에서 생산한 셰일가스 일부와 텍사스 현물 시장인 헨리허브에서 사들인 가스를 이곳에서 액화한 뒤 자체 LNG선 2척(현대중공업 건조 중)으로 옮겨 하남 파주 광양 등 LNG발전소에서 쓸 계획이다.
SK그룹은 셰일오일·가스 생산을 뜻하는 ‘업스트림’부터 액화와 수송 등의 ‘미드스트림’, 발전과 에너지 공급 등 ‘다운스트림’까지 모든 단계를 구축하게 됐다. 2019년 수입을 시작하면 LNG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가 급변동에도 고정된 낮은 가격에 반입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LNG는 카타르, 호주가 거의 독점 공급하는 바람에 국내 에너지회사는 ‘아시아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웃돈까지 내야 했다. 임시종 SK E&S 미주본부장은 “미국산 셰일가스를 통해 LNG 수입처를 다변화하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털사·프리포트=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