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책 검증 외면한 '이상한 청문회'
지난 10일 열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이상한 청문회였다. 무려 12시간 동안 청문회가 이어졌지만 홍 후보자의 정책 철학이나 능력을 검증하려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오후 9시가 넘어 방산업체 지정에 관해 물은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야당 의원 중에서 그나마 정책 관련 질의를 했을 뿐이다.

야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홍 후보자 장모가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에게 증여한 부동산과 관련한 세금 납부 여부와 모녀 간 금전거래에 대한 질문만 쏟아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반박하며 홍 후보자를 두둔하는 데 질문시간을 허비했다. 한 여당 의원은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니) 고장난 무전기로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탄식했다.

질의가 과열되다 보니 한 야당 의원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후보자 가족의 실명을 공개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문회 취지에 벗어나는 질문도 나왔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자의 딸이 특수목적 중학교인 청심국제중에 부정 입학한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증빙서류를 요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료를 제출받지 않으면 청문회를 계속할 수 없다며 오후 9시께 모두 자리를 떠 결국 청문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홍 후보자의 모호한 태도도 문제가 됐다. 후보자가 배우자에게 이체한 3억원의 출처가 아파트 보증금인지 퇴직금인지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끝내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아내와 내 통장에서 돈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총액이 맞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3억원이란 큰 돈의 행방도 기억하지 못하는 후보자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홍 후보자는 벤처 창업이나 중소기업 현장 경험이 없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중기부 초대 장관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역량을 홍 후보자가 얼마나 갖췄는지 점검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당면 과제에 대한 홍 후보자의 의견도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도덕성 검증에 치우치는 바람에 국민은 새 후보자가 중기부 장관으로서 균형 잡힌 자질을 갖췄는지 확인할 기회를 잃었다.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