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 3법 전속고발권 폐지… "영세 프랜차이즈·중소기업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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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법집행 강화 논란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 TF 중간보고서
법무팀 없는 기업, 줄소송 직면 땐 대처 어려워
대기업 불공정행위 잡겠다더니 중소기업 먼저 타격
징벌적 손해배상 10배…과잉처벌로 위헌 소지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 TF 중간보고서
법무팀 없는 기업, 줄소송 직면 땐 대처 어려워
대기업 불공정행위 잡겠다더니 중소기업 먼저 타격
징벌적 손해배상 10배…과잉처벌로 위헌 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발표한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는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의 기업 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피해액의 3배가 ‘국제적 규범’인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최대 10배로 올리는가 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도입되지 않은 불공정거래 형사처벌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현재 법집행체계로는 불공정행위 근절과 신속한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며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재계는 수심이 가득하다.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초가삼간 태우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법조계에서는 과도한 기업 규제에 따른 위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소기업 타격 우려
중간보고서에 담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방안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중소기업 정책으로 공약한 사안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회 등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 10배 규모로 확대 △과징금 상향 조정 △불공정 대기업 엄중 처벌 등을 약속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가맹거래법·유통업법·대리점법 등 ‘유통 3법’에 우선 적용된다. 앞으로 가맹·유통·대리점법 위반행위는 공정위 외에도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등에 적용 여부는 추가로 논의해 단계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모든 분야에 일괄 적용하는 것보다는 후퇴했지만 보고서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가맹거래법은 적용받는 4200여 개의 가맹본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이들 가맹본부에 21만여 개의 가맹점과 80만여 명의 관련 근로자가 직접 고소·고발을 할 수 있게 되면 커다란 법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법무팀이 체계적으로 조직돼 있지 않아 소송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도급법 역시 위반 행위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벌어진다. 표시광고법도 소상공인의 전단지 광고까지 경쟁사 등의 악의·음해성 고발이 대폭 증가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2월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에 반대의견을 냈다. ◆10배 배상, 위헌 논란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미국을 비롯해 국제적으로는 통상 세 배로 하고 있다”며 “TF에서는 한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만큼 최대 10배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 민사법 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실손해배상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현재 3배 이내인 배상액을 10배로 끌어올리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사안에 대한 사실상 이중처벌 논란이 있는 데다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2월 후보자 시절 10배 수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과중하다고 볼 수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TF 내에서도 이 때문에 10배로의 확대에 반대 의견이 나왔다.
TF가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사인(私人)의 금지청구도 논란이다. 사인의 금지청구는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원에 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정위가 TF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가해자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
■ 전속고발권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고발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는 것. 공정위의 고발이 전제돼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중소기업 타격 우려
중간보고서에 담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방안은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중소기업 정책으로 공약한 사안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회 등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 10배 규모로 확대 △과징금 상향 조정 △불공정 대기업 엄중 처벌 등을 약속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가맹거래법·유통업법·대리점법 등 ‘유통 3법’에 우선 적용된다. 앞으로 가맹·유통·대리점법 위반행위는 공정위 외에도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등에 적용 여부는 추가로 논의해 단계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모든 분야에 일괄 적용하는 것보다는 후퇴했지만 보고서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가맹거래법은 적용받는 4200여 개의 가맹본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이들 가맹본부에 21만여 개의 가맹점과 80만여 명의 관련 근로자가 직접 고소·고발을 할 수 있게 되면 커다란 법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법무팀이 체계적으로 조직돼 있지 않아 소송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도급법 역시 위반 행위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벌어진다. 표시광고법도 소상공인의 전단지 광고까지 경쟁사 등의 악의·음해성 고발이 대폭 증가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2월 “기업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에 반대의견을 냈다. ◆10배 배상, 위헌 논란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미국을 비롯해 국제적으로는 통상 세 배로 하고 있다”며 “TF에서는 한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만큼 최대 10배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 민사법 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실손해배상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현재 3배 이내인 배상액을 10배로 끌어올리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사안에 대한 사실상 이중처벌 논란이 있는 데다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2월 후보자 시절 10배 수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과중하다고 볼 수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TF 내에서도 이 때문에 10배로의 확대에 반대 의견이 나왔다.
TF가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사인(私人)의 금지청구도 논란이다. 사인의 금지청구는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원에 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정위가 TF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가해자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
■ 전속고발권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고발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하는 것. 공정위의 고발이 전제돼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