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행장(왼쪽부터), 오병관 부사장, 박규희 부행장
이경섭 행장(왼쪽부터), 오병관 부사장, 박규희 부행장
우리은행에 이어 농협금융도 ‘인사 태풍’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에 연관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재직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부탁으로 금감원에 채용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25일 김 회장 집무실과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김 부행장 아들이 금감원 시험을 봤다고 해서 합격했는지 물어보는 전화를 한 것이 전부며 이후 답을 듣지도 못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도 청탁금지법 도입 전의 일이어서 일단 혐의를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과 함께 대가가 오갔다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의 사정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채용 특혜와 관련해 직접적 관련이 없었지만 결국 등을 떠밀려 사퇴했다. 한 은행 임원은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금융계에 내려 보내기 위해 검찰이나 경찰의 압수수색 등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와 별도로 오는 20일께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연말 임기가 끝나는 농협은행장 선임 논의를 본격화한다. 농협금융 안팎에선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과 새 인물 발탁 가능성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은 조선업 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농협은행을 맡았지만 턴어라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은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농협은행장을 맡는다면 지주 부사장이 은행장으로 오는 관례에 따라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이 유력하다고 꼽는 이가 많다. 또 그간 농협은행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 박규희 부행장, 김형열 부행장 등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이창호 부산지역본부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같은 호남 출신 부행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