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가격<온라인가격…"온라인 수익성 높이고 매장방문 유도"
'최저가 공언' 월마트, 온라인 판매가격 일부 올렸다
아마존과 최저가 전쟁을 벌이던 월마트가 일부 상품의 온라인 판매 가격을 돌연 인상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월마트는 크래프트 푸드의 마카로니 앤드 치즈, 콜게이트 치약, 퓨리나 애완견 사료와 같은 일부 식품과 가정용품의 온라인 판매가를 최근 조용히 인상했다.

코스트코를 포함한 몇몇 대형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판매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최저가 판매를 외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의 차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던 월마트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다.

소식통들은 월마트가 배송비를 따지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판매방식을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제품들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을 둘 다 명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크래프트 푸드가 공급하는 마카로니 앤드 치즈 제품의 온라인 판매 가격은 아마존과 같은 개당 1.4달러로 매겨져 있지만 월마트의 매장 판매가 1.28달러보다는 높다.

다만 월마트의 온라인 판매가격이 전국 4천700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웃도는 경우는 일부 상품에 국한돼 있을 뿐이며 상당수의 품목은 여전히 아마존이 제시하는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월마트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대해 "일부 품목은 매장에서 파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 뿐"이라고 말하고 "고객들도 방문 수령을 선택하면 오프라인과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가 공언' 월마트, 온라인 판매가격 일부 올렸다
월마트가 온라인 판매가를 부분적으로 인상한 것은 일단 더 많은 고객의 점포 방문을 유도하고 배송비를 절감해 전자상거래의 마진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아마존의 기세가 강대해짐에 따라 월마트가 최근 수년간 전자상거래를 집중적으로 육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전자상거래가 회사의 실적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월마트의 순익은 지난 2개 회계연도 동안 7.2%가 줄어들면서 136억 달러로 떨어진 상태다.

순익은 올해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마트는 전자상거래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150개 점포를 폐쇄했고 당장 다음 회계연도에도 신규 점포를 20여개 정도만 개설할 계획이다.

회사 경영진들은 그러나 신규 점포가 없더라도 더 많은 고객이 기존 점포를 찾도록 하고 온라인 판매를 늘려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전략이 현재로서는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의 기존점포 매출은 12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월마트의 주가는 지난 3일 사상 최고가인 90.92달러를 찍었다.

그러나 아마존의 기세는 날로 강성해지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38.1%였던 아마존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올해 43.5%로 더욱 늘어나고 월마트의 점유율은 2.8%에서 3.6%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들은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사업부가 판매와 마진을 동시에 늘릴 것을 주문받고 있어 매장 판매가를 더는 따를 필요가 없게 됐으며 고객들의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납품업체들에도 소포장이 아닌 대포장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자상거래 사업부를 이끄는 마크 로어 사장은 지난달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고객들이 최저가로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고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서 주문량을 늘릴 것으로 본다고 밝혀 판매방식을 개선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한 바 있다.

월마트는 올해초 아마존의 프라임에 대항하는 회원제 택배 서비스의 출범을 포기했고 그 대신 35달러 이상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무료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