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발전기자재업체인 BHI가 발전용 보일러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적 강소기업 한 곳을 인수했다. 그동안 석탄화력발전 분야에서 해외기업에 지출해 오던 막대한 로열티를 아낄 수 있게 돼 국내 발전업체들의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HI는 지난달 말 미국의 엔지니어링회사 에이멕포스터휠러의 미분탄(PC) 보일러 사업 자회사 지분 100%를 11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발전업계에서 130년간 기술을 축적해온 에이멕포스터휠러는 미국 B&W, GE파워, 국내 두산중공업 등과 함께 PC 보일러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 4대 기업 중 한 곳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핵심 기자재인 PC 보일러는 터빈보다 가격이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10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을 경우 기자재 비용 9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이 PC 보일러 제조에 사용되고 1000억원이 터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번 인수로 두산중공업에 이어 국내 2위 발전기자재업체인 BHI가 원천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분야에서 한국은 100% 기술독립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발전업체들은 과거 많은 로열티를 주고 해외업체로부터 보일러 설계도를 사왔다. PC 보일러는 석탄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1000도가 넘는 온도를 견디며 열효율을 극대화해야 해 고난이도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2006년 두산중공업이 밥콕 인수로 PC 보일러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 로열티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계 석탄화력발전 원천기술사 4곳 중 2곳을 한국 기업이 갖게 되면서 향후 해외 수주 전망도 밝아졌다. 세계 전력 생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30%)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가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세계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이 2014년 1882GW(기가와트)에서 2035년에는 이보다 55% 증가한 2921GW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脫)석탄’ 에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업체의 수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에서 기술력을 검증받게 된 BHI가 앞으로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