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목상권 보호, 시장 변화에 따라야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쉽고 안타깝다. 사라짐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심정은 착잡함과 안타까움이란 두 단어에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살아가는 일의 본질이다. 삶의 본질은 변화이며, 변화는 부침과 흥망성쇠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외신은 올 한 해 동안 미국의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문을 닫는 곳이 8000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 변화가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결정적인 원인은 온라인의 절대 강자인 아마존이 백화점과 소매 점포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유통그룹 시어스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인 K마트 매장을 올해 350여 개 닫기로 했다. 유명 캐주얼 브랜드인 갭과 바나나리퍼블릭도 200여 개 점포를 줄였다고 한다. 거리로부터 온라인을 향한 거대한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경우 1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데 온라인은 0.8명이 필요한 반면 오프라인 점포는 3.4명이 있어야 한다. 게임이 지속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지표다. 이런 변화를 미국 사회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한국은 이제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사람들의 지갑을 가볍게 하고 그 결과는 저가 시장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뚜렷하게 부상시킨다. 근래 곳곳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영’을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고객의 필요와 시장의 니즈를 만족시켜 성공한 업체가 다이소다. 기존 문방구가 제공할 수 없는 가격으로 저렴하게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저성장 시대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 가운데 하나로 간주돼 왔다.

다이소 성장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추가돼야 한다. 이는 대단히 구조적인 문제다. 다이소는 매장에서 이것저것을 주도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동네 문방구에서는 물건을 살 때 고객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점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사람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대면 접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쇼핑이 힘들다.

다이소의 약진으로 말미암아 자연스럽게 어려움에 처하는 이웃들이 하나둘 생길 수밖에 없다. 동네 문구점의 피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을 들여다봐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오프라인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구 시장에서 이미 온라인을 향한 권력이동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년 새 온라인을 통한 문구 구매액은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국 기술과 시장환경, 고객의 선호패턴 등이 어우러져 문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선택할 대안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변화가 이끌어내는 자연스러운 방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부 개입에 의해 특정 업태를 보호하는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낮고 자원 낭비만 커질 것이다. 시장의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결국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고객이 지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고객의 기호가 변하고 기술이 바뀌면 그것에 따라 우리 스스로 변신해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진입과 퇴출이 조정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방안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