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브라질을 삼키고 있다.”

재정난을 타개하려고 국유 자산 매각과 외자 유치를 서두르는 브라질, 거대 자본으로 브라질 투자를 확대하는 중국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해와 올해 20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을 브라질 기업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이 경제적으로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면 지정학적 균형이 깨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4년 10억달러에도 미치지 않던 중국의 브라질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5년 50억달러, 2016년 119억달러에 이어 올해 들어 최근까지 108억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규모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2010년 기록(125억달러)을 돌파하면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중국의 투자 분야는 에너지, 항만, 전력, 금융, 정보기술(IT)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있다.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는 지난해부터 올해 1월에 걸쳐 브라질 대형 전력기업 CPFL을 인수하는 데 123억달러를 썼다. 시노펙은 2010년 스페인 에너지기업 렙솔이 갖고 있던 브라질 유전 지분 40%를 71억달러에 사들였다.

재정난에 빠진 브라질 정부는 국유자산을 속속 매각하고 있다. 8월 고속도로, 공항, 항만, 송전선을 포함한 57개 국유자산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약 445억헤알(약 15조93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부패 스캔들까지 겹쳐 곤경에 빠진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중국의 투자와 지원을 바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식량 및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는 국가전략에 따라 2010년부터 브라질 투자를 늘려 왔다. 과도한 자본 유출을 통제하면서도 투자 이익 등을 감안해 기업들의 브라질 투자엔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호주 등 다른 주요 국가와 달리 브라질에선 2009년 이후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추이판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브라질의 에너지, 광업, 농업 같은 산업은 중국 경제에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며 “브라질에 투자하면 중국 기업의 미주 시장 수출길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브라질의 투자은행 책임자를 지낸 마르셀루 카야트는 “인프라 분야 관련 막대한 자본과 노하우를 가진 중국은 원자재와 식량이 필요하므로 브라질 투자는 자연적인 결합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국의 브라질 투자는 내년을 기점으로 양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극우 민족주의가 극심해지면 외국 자본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브라질에서도 다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브라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연방하원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중국이 브라질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