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사 슈퍼셀 창업자 파나넨 "한국 게임벤처 언제든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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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셀 창업자 일카 파나넨 인터뷰
"슈퍼셀 게임개발 70%가 외국인
Go global! 창업 때부터 해외 노려라"
"슈퍼셀 게임개발 70%가 외국인
Go global! 창업 때부터 해외 노려라"
“핀란드와 한국은 인구가 많지 않지만 뛰어난 인재를 바탕으로 삼성과 슈퍼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배출했습니다. 우수한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게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전폭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기업인 슈퍼셀을 창업한 일카 파나넨 대표(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나넨 대표는 2010년 창업 후 6년 만에 단 네 개의 게임으로 슈퍼셀을 매출 21억유로(약 2조7600억원, 2016년 기준)를 올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사로 성장시켰다.
슈퍼셀은 중간관리자를 두지 않는 독특한 업무체계로 유명하다.상명하달식 업무체계를 탈피하기 위해 5~12명으로 이뤄진 ‘셀(소규모 팀)’에 의사결정권을 모두 위임했다. 본사는 핀란드 헬싱키에 있으며 서울, 일본 도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합해 23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성장한 슈퍼셀의 몸값은 10조원을 웃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텐센트는 모바일게임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슈퍼셀 지분 82%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86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일카 파나넨 슈퍼셀 대표는 요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 그는 “많은 한국 기업을 만나고 싶고, 한국 기업들도 우리에게 연락했으면 좋겠다”며 “투자받는 회사에는 회사 내부 셀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슈퍼셀은 올해 영국 게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페이스에이프(인수가 약 622억원)를 비롯해 3곳의 게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국내 게임 스타트업 투자에 관해 그는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할 만한 업체를 물색 중이며, 구체적인 결정이 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파나넨 대표는 “우리는 당장 인기있는 것을 베끼는 ‘미투 게임’에는 관심이 없다”며 “최고의 팀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 최고의 품질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항상 변하는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파나넨 대표는 슈퍼셀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적 구성원의 ‘다양성’을 꼽았다. 핀란드 인구는 약 551만 명이다. 한국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이 나라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인재를 수용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슈퍼셀의 게임개발자들은 70% 이상이 해외 국적”이라며 “구성원의 다양성 덕분에 슈퍼셀 게임들이 특정 지역을 넘어서 세계 시장에서 고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조직의 중요성도 영향을 미쳤다”며 “가용자원을 적게 유지한 덕분에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창업자의 포부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 첫날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파나넨 대표는 “핀란드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초기 기업들이 내수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먼저 겨냥하고 사업을 한다”며 “한국 기업도 처음부터 넓은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셀이나 인기 게임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 등 성공사례가 쌓이면서 창업가들의 꿈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슈퍼셀은 세 번째 출시작인 ‘붐비치’와 네 번째 출시 게임 ‘클래시로얄’ 사이에 총 10개의 게임을 개발했다. 그중 9개 프로젝트가 취소됐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클래시로얄이다.
파나넨 대표는 “쉽고 안전한 것만 하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며 “그래서 우리는 실패한 게임이 나오면 교훈을 얻자는 의미에서 샴페인 파티를 연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창업 지원 정책을 예로 들며 한국 스타트업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한 말도 했다. 파나넨 대표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자본과 더불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핀란드 정부는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뛰어난 개발 인력이 핀란드 회사로 들어오는 데 제한이 되는 모든 장벽을 없앴고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파나넨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한 곳에 매칭 펀드 형식으로 지원하는 정부의 매칭 펀드 시스템도 큰 도움이 됐다”며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이 같은 투자 방식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한국 업체에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국 게임업체 수출액은 올해 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내수시장을 넘어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마블게임즈가 북미 개발 스튜디오 ‘카밤’을 인수했고,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등을 바탕 삼아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파나넨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는 자세(Go global)를 갖추고, 여러 국가의 인재들로 ‘다국적 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작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면서도 “한국 업체들은 이를 극복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는 뛰어난 개발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팀을 구성하고, 누구도 만들지 않은 독창적인 게임을 개발한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게임 스타트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기업인 슈퍼셀을 창업한 일카 파나넨 대표(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나넨 대표는 2010년 창업 후 6년 만에 단 네 개의 게임으로 슈퍼셀을 매출 21억유로(약 2조7600억원, 2016년 기준)를 올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사로 성장시켰다.
슈퍼셀은 중간관리자를 두지 않는 독특한 업무체계로 유명하다.상명하달식 업무체계를 탈피하기 위해 5~12명으로 이뤄진 ‘셀(소규모 팀)’에 의사결정권을 모두 위임했다. 본사는 핀란드 헬싱키에 있으며 서울, 일본 도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합해 23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성장한 슈퍼셀의 몸값은 10조원을 웃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텐센트는 모바일게임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슈퍼셀 지분 82%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86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일카 파나넨 슈퍼셀 대표는 요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 그는 “많은 한국 기업을 만나고 싶고, 한국 기업들도 우리에게 연락했으면 좋겠다”며 “투자받는 회사에는 회사 내부 셀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슈퍼셀은 올해 영국 게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페이스에이프(인수가 약 622억원)를 비롯해 3곳의 게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국내 게임 스타트업 투자에 관해 그는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할 만한 업체를 물색 중이며, 구체적인 결정이 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파나넨 대표는 “우리는 당장 인기있는 것을 베끼는 ‘미투 게임’에는 관심이 없다”며 “최고의 팀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비전, 최고의 품질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항상 변하는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파나넨 대표는 슈퍼셀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적 구성원의 ‘다양성’을 꼽았다. 핀란드 인구는 약 551만 명이다. 한국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이 나라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인재를 수용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슈퍼셀의 게임개발자들은 70% 이상이 해외 국적”이라며 “구성원의 다양성 덕분에 슈퍼셀 게임들이 특정 지역을 넘어서 세계 시장에서 고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조직의 중요성도 영향을 미쳤다”며 “가용자원을 적게 유지한 덕분에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창업자의 포부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 첫날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파나넨 대표는 “핀란드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초기 기업들이 내수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먼저 겨냥하고 사업을 한다”며 “한국 기업도 처음부터 넓은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셀이나 인기 게임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 등 성공사례가 쌓이면서 창업가들의 꿈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슈퍼셀은 세 번째 출시작인 ‘붐비치’와 네 번째 출시 게임 ‘클래시로얄’ 사이에 총 10개의 게임을 개발했다. 그중 9개 프로젝트가 취소됐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클래시로얄이다.
파나넨 대표는 “쉽고 안전한 것만 하면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며 “그래서 우리는 실패한 게임이 나오면 교훈을 얻자는 의미에서 샴페인 파티를 연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의 창업 지원 정책을 예로 들며 한국 스타트업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한 말도 했다. 파나넨 대표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자본과 더불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핀란드 정부는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뛰어난 개발 인력이 핀란드 회사로 들어오는 데 제한이 되는 모든 장벽을 없앴고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파나넨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한 곳에 매칭 펀드 형식으로 지원하는 정부의 매칭 펀드 시스템도 큰 도움이 됐다”며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이 같은 투자 방식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한국 업체에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국 게임업체 수출액은 올해 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내수시장을 넘어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마블게임즈가 북미 개발 스튜디오 ‘카밤’을 인수했고,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등을 바탕 삼아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파나넨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는 자세(Go global)를 갖추고, 여러 국가의 인재들로 ‘다국적 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작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면서도 “한국 업체들은 이를 극복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는 뛰어난 개발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팀을 구성하고, 누구도 만들지 않은 독창적인 게임을 개발한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게임 스타트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