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치매 아버지, 어디까지 돌봐야 할까
노인 요양시설 비상구 통로에 서 있는 아버지가 누군가를 향해 열심히 말을 걸고 있다. 소리가 작아 들리진 않지만 결코 혼잣말이 아니다. “그래, 그래”라며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후훗”하고 웃기도 한다. 당황한 아들은 머뭇거리며 아버지에게 “누구랑 이야기하셨냐”고 묻지만 아버지는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일 뿐이다.

일본 소설가 모리타 류지가 쓴 《아버지, 롱 굿바이》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파킨슨병을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 조현병으로 장기치료를 받는 여동생 등 병든 가족들을 돌보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려 했던 작가의 분투기다. 작가 나이 49세에 시작된 간병 생활은 평온했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계약을 맺은 소설 연재까지 포기해야 했다. 10년간 노인 요양시설과 병원, 관공서를 오가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작가는 아버지를 노인 요양시설에 입소시키며 느꼈던 어쩔 수 없는 죄책감, 오랜 기간 간병에서 찾아온 우울함과 공황 장애, 아버지에게 ‘본인이 원하는 죽음’을 물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등 간병하며 느꼈던 복합적인 감정을 적나라하게 풀어 놓았다.

인구 중 28%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쓰여진 이야기지만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의 문턱에 선 한국 사회에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책이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는 책말미에서 “어떤 요양기관을 선택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은 누가 주도할 것인지, 치매가 왔을 때 가족이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지 가족들과 미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옮김, 생각의힘, 248쪽, 1만48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