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쉬지 않고 1만㎞… 북극 물떼새의 목숨 건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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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 본능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 이경아 옮김 / 더숲 / 462쪽 ㅣ 1만8000원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 이경아 옮김 / 더숲 / 462쪽 ㅣ 1만8000원
전국 각지에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상당수는 1970년대 즈음 고향을 떠나왔다. 배움을 위해서든, 먹고 살기 위해서든 저마다 보따리를 싸 도시로 나왔다. 결혼해 새 보금자리를 잡고 아이들을 다 키워놓은 뒤 장년기를 맞은 이들에게서 “고향에 가서 살고 싶다”는 목소리가 드물지 않게 나온다. 먼 삶의 길을 돌아온 ‘귀소 본능’이다.
동물들도 먹이를 구하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북극 근처에 사는 물떼새 큰뒷부리도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호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봄이 되면 태평양 상공 1만㎞를 쉬지 않고 날아 알래스카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체지방은 물론 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체 부분을 소진해 새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귀소 본능》은 미국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귀소성에 주목해 동물의 이주와 귀향, 집 짓기를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귀소성이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동물의 귀소 본능에는 뛰어난 감각 능력이 담겨 있다. 사막의 열기를 피해 땅 밑에 사는 북아프리카 사막개미는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지표면에 나와 사막을 탐험하다 집으로 돌아간다. 별 특징이 없는 모래언덕에서 개미는 태양을 나침반으로 활용한다. 또 출발지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쉬지 않고 계산한다.
벌은 과거의 비행 경험과 지형 특징을 통해 학습한 비행 방향 정보에 벌집의 동료들에게서 습득한 비행 방향정보를 통합한다. 거위 백조 두루미 등 일부 철새들은 무리를 지어 함께 머물며 부모에게서 이주 방향을 배운다. 바닷새는 태어난 섬을 떠나 바다 위를 멀리까지 떠돌아다니다 5~6년 뒤 돌아온다.
귀소성의 바탕에는 장소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저자는 “인간과 그 밖의 동물에게 집은 안전하게 살아가면서 새끼를 키우는 보금자리”라며 “특히 집짓기는 세대 간의 공통분모를 만드는 결정적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생활양식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버몬트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메인주 숲의 통나무집에 돌아와 사는 그는 “우리 삶의 중심축인 집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한 발짝 물러나 다른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동물들도 먹이를 구하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집을 떠났다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북극 근처에 사는 물떼새 큰뒷부리도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호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봄이 되면 태평양 상공 1만㎞를 쉬지 않고 날아 알래스카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체지방은 물론 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체 부분을 소진해 새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귀소 본능》은 미국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의 귀소성에 주목해 동물의 이주와 귀향, 집 짓기를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귀소성이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동물의 귀소 본능에는 뛰어난 감각 능력이 담겨 있다. 사막의 열기를 피해 땅 밑에 사는 북아프리카 사막개미는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지표면에 나와 사막을 탐험하다 집으로 돌아간다. 별 특징이 없는 모래언덕에서 개미는 태양을 나침반으로 활용한다. 또 출발지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쉬지 않고 계산한다.
벌은 과거의 비행 경험과 지형 특징을 통해 학습한 비행 방향 정보에 벌집의 동료들에게서 습득한 비행 방향정보를 통합한다. 거위 백조 두루미 등 일부 철새들은 무리를 지어 함께 머물며 부모에게서 이주 방향을 배운다. 바닷새는 태어난 섬을 떠나 바다 위를 멀리까지 떠돌아다니다 5~6년 뒤 돌아온다.
귀소성의 바탕에는 장소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저자는 “인간과 그 밖의 동물에게 집은 안전하게 살아가면서 새끼를 키우는 보금자리”라며 “특히 집짓기는 세대 간의 공통분모를 만드는 결정적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생활양식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버몬트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메인주 숲의 통나무집에 돌아와 사는 그는 “우리 삶의 중심축인 집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한 발짝 물러나 다른 동물의 세계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