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삼각형' 두루마리 휴지, 사람들이 덜 쓴 까닭
도로 양 옆을 페인트로 칠해 도로 폭이 좁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 자동차들이 점차 속도를 줄인다.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삼각형이 되도록 만들어 놨더니 사용량이 30% 감소한다. 휴지를 많이 풀면 손에 걸리는 느낌이 나도록 해 사용량을 체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행동디자인’이라 부른다. 인공지능 연구자였던 마쓰무라 나오히로 일본 오사카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5년 어느 날 ‘세상은 데이터로 이뤄진 게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불현듯 얻는다. 수치와 데이터에만 집중해서는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연히 아이와 함께 간 동물원에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그만 대나무 원통을 발견한다.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행동을 유도하는 이 장치의 원리를 분석하며 ‘행동디자인학’을 창설했다.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게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넛지’ 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의 넛지는 금지하거나 명령하는 식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권유를 통해 예상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행동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장난감 바구니에 농구 골대를 설치해 아이가 슛을 던지도록 유도하면 장난감 정리를 쉽게 할 수 있다. 혼잡한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놓으면 호기심을 유발해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 성금 모금함을 동전 넣기 게임기처럼 만들어 동전이 회전하고 바람소리가 나게 만들자 기부자가 많아졌다. 작동되는지는 몰라도 방범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도 행동디자인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