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피드백 없었던 재난안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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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한 안전불감증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요란을 떨 뿐
안전관련 예산이 예방에 더 쓰이도록 해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요란을 떨 뿐
안전관련 예산이 예방에 더 쓰이도록 해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필자와 같은 시기에 외국에 유학을 가서 현지 동포와 결혼해 살고 있는 한 친구는 항상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경청할 만한 점이 매우 많다.
지난 2일 경남 창원터널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화재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그와 며칠 전 통화했다. 그는 한국의 안전환경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며 “선진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사고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76세의 고령운전자가 위험물(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4류 위험물인 산업용 윤활유와 방청유)이 들어 있는 기름통을 별다른 고정장치 없이 화물적재함에 싣고 달리다가 중앙분리대에 부딪혀 불붙은 기름통이 폭탄처럼 날아 다녔다. 그것도 2001년식 낡은 5t 화물차에 적재중량을 2.8t이나 초과해 실었으니 사고가 안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20대 젊은 여성을 비롯해 무고한 국민이 무방비 상태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이 사고 이후 화물차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고작이다.
3년 전 온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때의 절망스러웠던 안전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해경(海警)을 전격 해체하고 창설한 ‘국민안전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안전행정부에서 안전관리부서를 떼어내 ‘소방·해경’을 붙인 뒤 권한도 예산도 없이 ‘국민안전’이란 이름만 달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행정안전부로 재편입되면서 안전 및 방재 분야를 맡은 재난안전관리본부의 운명도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안전 업무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정부조직·의전 등에 주안점을 두는 부서라 전형적인 3D 업종격인 ‘재난·안전’ 업무는 뒤로 밀릴 공산이 크다. 엊그제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결정에도 청와대만 보였을 뿐 재난안전관리본부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로 엄청난 대가를 치른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충격이 너무 커서 국민 각자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 노력을 다짐했으며 그런 만큼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마침 국회는 429조원의 문재인 정부 첫 살림살이 예산을 놓고 심의하고 있다. 증가율이 7.1%나 되는 확장적 예산이지만 공약 사항인 복지성 재정지출 위주로 늘리다 보니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20% 가까이 삭감됐다. ‘사람 중심 투자·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을 내세운 내년도 예산은 민생·안전을 지키는 마중물이라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다. 2016년 기준 전국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43.7%에 불과하고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한동대 경우처럼 학교 시설과 민간 건축물 내진율은 더 낮은 상황이어서 예방적 차원의 안전예산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수(稅收)를 초과한 지출이라 국민안전 관련 예산만 더 늘리기는 어렵지만 국회가 정부 정책에 대해 실질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예산심의기간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는 예산상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예산이 사후 대응이나 복구보다는 예방에 대한 노력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안전전문가가 아니라 보통사람 눈으로 봐도 정부의 안전 관련 정책과 노력, 투자가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예방에 대한 인식과 문화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매번 재난·안전 관련 사고가 나면 그때만 요란을 떨고 시간이 지나면 깨끗이 잊히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 글로벌 기업, 한류문화를 자랑스러워하다가도 일련의 사건·사고를 접하면 ‘한국 사회가 세계 최고는커녕 선진국 흉내도 제대로 못 내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요란을 떨 일이 아니다. 이번 포항 지진을 계기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지난해 예산의 성과평가결과를 꼼꼼히 챙겨 안전과 관련해서는 피드백이 있는 예방적 재난안전 대책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지난 2일 경남 창원터널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화재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그와 며칠 전 통화했다. 그는 한국의 안전환경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며 “선진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사고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76세의 고령운전자가 위험물(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4류 위험물인 산업용 윤활유와 방청유)이 들어 있는 기름통을 별다른 고정장치 없이 화물적재함에 싣고 달리다가 중앙분리대에 부딪혀 불붙은 기름통이 폭탄처럼 날아 다녔다. 그것도 2001년식 낡은 5t 화물차에 적재중량을 2.8t이나 초과해 실었으니 사고가 안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20대 젊은 여성을 비롯해 무고한 국민이 무방비 상태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이 사고 이후 화물차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고작이다.
3년 전 온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때의 절망스러웠던 안전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해경(海警)을 전격 해체하고 창설한 ‘국민안전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안전행정부에서 안전관리부서를 떼어내 ‘소방·해경’을 붙인 뒤 권한도 예산도 없이 ‘국민안전’이란 이름만 달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행정안전부로 재편입되면서 안전 및 방재 분야를 맡은 재난안전관리본부의 운명도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안전 업무와 관련한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정부조직·의전 등에 주안점을 두는 부서라 전형적인 3D 업종격인 ‘재난·안전’ 업무는 뒤로 밀릴 공산이 크다. 엊그제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결정에도 청와대만 보였을 뿐 재난안전관리본부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로 엄청난 대가를 치른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충격이 너무 커서 국민 각자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 노력을 다짐했으며 그런 만큼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도 말이다.
마침 국회는 429조원의 문재인 정부 첫 살림살이 예산을 놓고 심의하고 있다. 증가율이 7.1%나 되는 확장적 예산이지만 공약 사항인 복지성 재정지출 위주로 늘리다 보니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20% 가까이 삭감됐다. ‘사람 중심 투자·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을 내세운 내년도 예산은 민생·안전을 지키는 마중물이라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다. 2016년 기준 전국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43.7%에 불과하고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한동대 경우처럼 학교 시설과 민간 건축물 내진율은 더 낮은 상황이어서 예방적 차원의 안전예산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수(稅收)를 초과한 지출이라 국민안전 관련 예산만 더 늘리기는 어렵지만 국회가 정부 정책에 대해 실질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예산심의기간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는 예산상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예산이 사후 대응이나 복구보다는 예방에 대한 노력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안전전문가가 아니라 보통사람 눈으로 봐도 정부의 안전 관련 정책과 노력, 투자가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예방에 대한 인식과 문화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매번 재난·안전 관련 사고가 나면 그때만 요란을 떨고 시간이 지나면 깨끗이 잊히는 과정이 반복돼 왔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 글로벌 기업, 한류문화를 자랑스러워하다가도 일련의 사건·사고를 접하면 ‘한국 사회가 세계 최고는커녕 선진국 흉내도 제대로 못 내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요란을 떨 일이 아니다. 이번 포항 지진을 계기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지난해 예산의 성과평가결과를 꼼꼼히 챙겨 안전과 관련해서는 피드백이 있는 예방적 재난안전 대책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