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의 37년 독재가 끝이 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 개혁의 기대보단 또 다른 독재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번 쿠데타는 차기 대통령 자리를 놓고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53)와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75)의 권력암투에서 비롯됐다. 무가베는 지난주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기 위해 짐바브웨 독립혁명 동지이자 정권 2인자인 음난가그와를 부통령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그레이스는 무가베의 개인 비서에서 그의 두 번째 부인이 됐으며, 사치가 심해 ‘구찌 그레이스’로 불렸다. 그레이스는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내 파벌인 ‘G40’을 이끌며 무가베의 막후 실세 역할을 했다.

음난가그와의 축출은 그를 지지하던 군부를 움직이는 촉매제가 됐다. 군부는 15일 무가베를 가택연금하고 국영 ZBC방송을 장악했다. 군부는 또 이그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과 집권당의 청년리그 대표를 맡고 있는 쿠드자이 치판가 등 그레이스의 측근들을 체포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군부가 국외 도피 중인 음난가그와를 부통령으로 다시 옹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다음달 예정된 집권 여당 회의에서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음난가그와는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 식민지인 로디지아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게릴라 활동을 벌였다. 무가베에 반대하는 은데벨레 부족 학살에 관여하며 그의 장기 독재를 도왔다. 무자비한 행동 탓에 ‘악어’라는 별칭을 얻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음난가그와가 다시 정권을 장악할 경우 국민이 바라는 민주화와 개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짐바브웨는 무가베의 장기 집권으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