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본격 시작됐다. 정부 여당은 소득 재분배와 양극화 해소를 내걸고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현행보다 3%포인트 올린 25%의 법인세를 매기겠다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며 중소기업 법인세율은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 평균(24.2%)은 OECD 회원국 평균치와 비슷하지만, 각종 비과세 감면 등을 뺀 실제부담을 나타내는 실효세율은 OECD 평균보다 낮은 18~19%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니 대기업 세금을 좀 더 올린들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다. 명목세율에 비해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를 법인세 인상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좀 더 객관적 기준에 의한 비교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그제 발표한 유효법인세율 한·미 간 비교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국내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21.8%로 미국 10대 기업 평균(18.3%)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18.1%)이 미국(34.4%)에 크게 못 미쳤지만 한국은 각종 공제와 감면이 지속적으로 축소된 반면 미국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반(反)기업 정서를 앞세워 대기업 증세를 밀어붙이려는 게 여당의 증세안이다. 법인세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는데다 증세 후 세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법인세를 내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부자 증세’를 외치며 세금을 올리기에 앞서 좀 더 면밀한 세율의 국제 비교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