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러시아·일본 정상과 회담한 中, 대북메시지 전달할듯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쑹타오 특사 환송…북중관계 회복 신호인가
시진핑 특사 방북 북핵외교 시동… 미, 압박·대화 동시 시그널
중국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로 17일 북한에 보냈다.

관례 차원에서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결과 설명 목적의 방북이라고 하지만 지난 주 미중정상회담 직후라는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핵문제가 중대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중 간 고위층 접촉을 꺼려왔던 시 주석이, 쑹 부장 파견을 계기로 북핵 해결을 위한 중재외교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안의 중대성 탓인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의 국무부·국방부 등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을 겨냥해 압박·대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고 있어 보인다.

초점은 쑹타오 방북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모인다.

쑹 부장이 방북하기도 전에 미국·중국·북한 간 '힘겨루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의미하는 '쌍중단'(雙中斷·freeze for freeze agreement)에 대해 수용 불가를 재확인했고, 중국 외교부는 고수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최고이익과 인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문제는 절대로 흥정탁(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없다"며 북핵 논의 불용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중국·북한 3자 모두 다른 선택지를 찍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간 쑹 부장은 3박4일로 예상되는 방북 기간에 북한 주요 인사를 만난다.

명분상 목적이 중국 당대회 결과 설명인 만큼 '당 대 당' 채널인 노동당 국제부장 등을 면담하고, 북핵 논의 차원에서 북한 외무상과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을 포함한 고위층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그동안 북중 간 교류 경험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귀국하기 전날인 19일께 쑹 부장을 면담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는 그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해온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직접 나와 쑹타오 부장을 환송했다는 점도 쑹 부장의 김정은 위원장 면담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쑹 부장은 공항 귀빈실에서 지재룡 대사와 30여분간 티타임을 했고 지재룡 대사는 환송 후 공항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미소를 짓는 등 그동안 냉랭했던 북중 간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진핑 특사 방북 북핵외교 시동… 미, 압박·대화 동시 시그널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집권 2기에 들어선 시 주석이 북핵문제 해결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 주석은 근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을 두루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쑹 부장의 이번 방북은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보이며 북측이 어떤 반응이 보이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으로 북핵문제 해결에 주력해온 트럼프 미 행정부도 작금의 중국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6일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

큰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해 주목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에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미 행정부도 압박과 대화라는 동시 시그널을 보내며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모양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도발과 관련, "그들이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북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외교적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 국무부의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핵 도발 중단은 서로 맞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미사일·핵 동결을 위한 '쌍중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15일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사설을 통해 "쑹타오 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후 방북을 하며 북한과 무슨 논의를 할지에 대해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쑹 부장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며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그렇다고 쑹 부장의 방북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북중 간 고위급 소통 유지에 명백히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놓고 당사국간 이견이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방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고 북한이 최근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거론하고 "당사국들이 지혜와 인내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