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주의' WTO에 위협…한국 등 미국 수출국 어려움 겪을 것"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사진)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실질적으로 WTO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미 전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가 WTO의 분쟁해결 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수사(修辭)에 그쳤던 ‘미국 우선주의’가 정책으로 가시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보호주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5~2013년까지 WTO 사무총장을 지냈다. WTO는 1995년 출범한 세계 무역자유화 다자협상 기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양자 간 협정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열을 올리면서 위상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무역 분쟁 해결자 역할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 대법원 판사 선임에 반대하는 탓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소송만 쌓여가고 있는 형편이다.

라미 전 사무총장은 한·미 FTA에 대해 “한국이 쉽지 않은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방한에서 그의 공식 직함은 ‘2025년 세계박람회(엑스포) 프랑스 위원장’이다. 프랑스는 내년 11월 개최국 선정 투표를 앞두고 일본, 러시아, 아제르바이잔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미 전 사무총장은 “프랑스는 2023년 럭비월드컵,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국으로 경쟁국 대비 월등히 많은 관람객(4000만 명) 유치가 가능하다”며 한국 정부의 지지를 부탁했다.

프랑스 엑스포의 주제는 ‘지식공유’와 ‘지구보호’다. 과학기술 산업단지와 대학 연구기관이 있는 파리 남서부 근교 사클레 지역을 개최 예정지로 선정했다.

‘글로브(지구)’로 불리게 될 각국 홍보관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과 친환경 공법으로 건설되고 엑스포가 끝나면 대학 시설로 이용할 예정이다. 라미 전 사무총장은 “1889년 파리 엑스포 기념으로 에펠탑을 지었다”며 “글로브는 ‘21세기 에펠탑’이 돼 과거와 미래를 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