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노트북PC를 개발한 일본 도시바가 그룹의 ‘자존심’격인 PC사업까지 매각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그룹에 마지막 남은 소비재산업인 PC 부문을 대만 에이수스에 팔려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자회사 웨스팅하우스가 7조원대 손실을 본 여파로 반도체사업 부문과 TV사업 부문을 팔기로 한 데 이은 조치다.

도시바는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핵심 사업체인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다. 최근에는 TV 부문 자회사 도시바영상솔루션 주식 95%를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에 팔기로 결정했다.

에이수스는 글로벌 PC시장에서 법인용PC 부문 점유율이 낮아 유럽과 미국 법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도시바의 PC사업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바는 1989년 세계 최초로 노트북PC ‘다이나북’을 출시하며 한때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2000년대 들어 격심한 가격 경쟁이 이어지면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재 연간 판매대수는 약 180만 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정도에 불과하다.

도시바의 PC사업은 2016회계연도 기준 매출 1918억엔(약 1조8720억원)에 5억엔(약 48억6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7회계연도에는 적자 폭이 50억엔(약 486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바의 PC사업 매각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레노버그룹 등이 도시바 PC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