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적은 북한 아니라 방심…서해 NLL은 언제나 전쟁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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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NLL 5분 대기조' 해군 2함대 고속정편대
'서해 NLL 5분 대기조' 해군 2함대 고속정편대
2010년 11월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에 이 날짜는 뼛속 깊이 새겨진 아픈 기억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킨 날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연평도는 쑥대밭이 됐고, 1953년 휴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해의 아름다운 섬이 한순간에 화염에 휩싸인 날이었다.
오는 23일이면 연평도 포격 도발 7주기가 된다. 최근 이곳을 찾았다. 해군 2함대에서 서해 NLL 최전방을 지키는 건 고속정편대다.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에서 활약한 참수리고속정으로 구성된 편대다.
오전 8시10분, 해군 2함대 고속정 251편대 참수리 369정을 타고 연평도 인근 서해 NLL 해역에 나갔다. 평택 기지에서 연평도 근해까진 참수리를 타고 약 3시간 걸린다.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바다는 너무나 잔잔했다. 가까이서 보이는 연평도는 고요했다. 251편대장인 정완희 소령(37)이 “저곳이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곳”, “저곳이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포격을 당한 곳”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진 그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바다는 그렇게 무정하게 ‘전투의 기억’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속정편대 대원들은 이날도 묵묵히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비상’ 울리면 샤워하다가도 뛰어야
참수리를 타면 세 번 놀란다. 우선 함정 안에 취사도구와 정수기가 하나도 없다. 보급 담당 대원들은 출항 날짜 3~4일 전부터 도시락과 생수, 화장실 휴지 등을 부지런히 챙겨야 한다. 출입구는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벅찰 정도로 비좁다. 대원들은 계단을 미끄럼타듯 쓱 내려온다. 걸어 내려오기엔 너무 좁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배 안의 침대는 4층 침대다. 척당 대원이 30명에 달하고, 고속정 자체가 단기 작전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하는 게 주 임무이기 때문에 침대는 주로 임시 휴게 장소로 쓰인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출항 전의 참수리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주황색 조끼와 남색 고속정복을 입은 대원들이 갑판에서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었다. 정 편대장은 “출항하기 전 갑판의 주요 장비, 엔진 등을 철저히 점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해상에서 무슨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속정편대의 생활관은 부두 바로 뒤편에 있습니다. ‘5분 대기조’이기 때문이죠. 북한 도발과 같은 비상상황이나 남북한 어선의 NLL 침범 같은 일이 발생하면 샤워하다가도 뛰어나가야 하거든요. 다른 배들은 그런 임무를 하기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여기선 장교들도 집에 제때 가기가 참 힘듭니다. 저는 아내도 해군이고 아들이 둘인데 집이 대전이거든요. 집에 가는 게 두세 달에 한 번꼴밖에 안 됩니다.”
이날 아침은 도시락과 인스턴트 미역국이었다. 돈가스와 김치, 불고기 등이 반찬이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연상시켰다. 대원들은 서로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TV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참수리 369정 정장인 김권태 대위(31)는 “우리에겐 이게 일상”이라며 “바다를 지키지만 내내 배 안에만 있기 때문에 정작 장병들이 바다를 제대로 보긴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 정장은 급히 밥을 먹은 뒤 다시 뱃머리에 올랐다. 그는 그곳에서 선글라스와 머플러, 통신장비를 갖춘 헤드셋을 착용하고 바다를 보며 조타실에 배를 돌릴 방향을 지시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들이쳐 ‘샤워’를 하는데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원래 늘 이렇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붉은 피 서린 푸른 바다
이 배를 탄 대원들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일까 궁금했다. 대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지켜야 할 곳이자 전쟁터입니다. 절대 낭만을 꿈꿀 수 없는 공간이죠. 돌아가신 선배들의 피가 서려 있는 곳이고요.”
김 정장은 “내게 바다와 배는 집이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정장의 역할은 배를 책임지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원들과 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부담을 늘 안고 지내죠. 여기선 항상 정확한 용어로 짧게 지시해요. 그래야 서로 제대로 소통할 수 있거든요. 그게 깨지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이 바다니까요. 여기선 함부로 군기를 잡으려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팀워크와 전우애로 움직여요. 그게 없으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참수리 369정 갑판장인 강동규 중사(45)는 “갑판장은 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걸 다 한다고 보면 된다”며 “간단한 청소부터 시작해 먹거리, 엔진, 탄약 관리까지 갑판장 손길이 안 가는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에 오를 때 제일 많이 다짐하는 건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자’는 것”이라며 “20년 넘게 바다만 보고 살았지만 이곳 바다는 늘 비상상황에 노출돼 있는 데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길지 알다가도 모를 곳”이라고 했다.
참수리 369정 조타장인 허재진 중사(24)는 “이 부대는 해군 내에서도 가장 고생하는 곳으로 꼽힌다”며 “솔직히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게 바다는 전장이며,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내가 나서서 지켜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또 “4~11월은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에 배를 조함하기 참 어렵다”며 “오늘 같은 날도 겉으론 맑아 보여도 가시거리는 그렇게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참수리 369정 통신병이자 전역을 한 달여 앞둔 유통일 병장(23)은 왼쪽 가슴에 ‘서해 수호자 배지’를 달고 있다. 제대할 때까지 평택 2함대 고속정편대 소속으로 서해 NLL 최전방에서 계속 복무하겠다고 서약했다는 증표다. 유 병장은 “우리 부대 장병 중 약 50%가 이 배지를 달고 이곳에 자원한 사람들”이라며 “적의 동향을 실시간 감시하고 어선들이 안전하게 조업하는지 면밀히 봐야 하기 때문에 통신장비 앞에서 떠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바다를 지킨다는 보람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참수리 369정의 무기 관리를 담당하는 병기장인 남정민 중사(27)는 “참수리호는 함수 쪽에 있는 40㎜ 포와 개인 화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안전 관리”라며 “수시로 실전 대비 훈련을 하는데 그때도 가장 강조하는 게 안전과 인명 수호”라고 말했다. 그는 “임무를 마치고 배 안에 돌아와 가족, 친구들과 잠깐 연락할 때가 가장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의 방심”
참수리 대원들에게 “해상 최전방에서 근무하면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언제 올지 모를 북한의 공격’이리란 상상은 빗나갔다. 대원들은 “나의 방심 때문에 자칫 임무 수행을 그르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대청해전 참전자이자 고속정 253편대장인 강동완 소령(37)은 “매너리즘에 빠져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제일 위험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가 고요하고 날씨가 맑은 게 군 입장에선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며 “그럴 때 북한 배들이 기습공격을 감행하거나 NLL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사건이 발생한 뒤의 2함대 고속정편대 현장 상황을 물었다. 대답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이곳은 언제나 비상상황입니다.” ■ 해군 2함대사령부는
제1·2 연평해전, 대청해전…北 위협에 맞서는 해군 최정예
해군 2함대사령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을 관할하는 주력 전투부대다. 1946년 해방병단 인천기지로 창설됐고, 1973년 제5해역사령부로 개편됐다가 1986년 지금의 해군 2함대가 됐다. 1999년 인천에서 경기 평택기지로 이전했다.
2함대 예하에는 해상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해상전투단, 수도권 서쪽 해역을 방어하는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전방 해역 감시 및 타격 임무를 맡은 조기경보전대, 보급 및 정비 업무 담당인 군수전대, 평택기지 방어와 전투근무를 지원하는 기지전대, 함정 교육훈련을 하는 훈련전대, 군기 및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헌병대대, 특수작전임무를 수행하는 5특전대대, 지휘통신체계 운용과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지휘통신대대가 있다.
2함대의 작전 해역은 서해 NLL부터 호남지역 경계선에 이르기까지 남한 육지 면적의 80%에 달한다. 서해 NLL은 길이가 278㎞에 달하며, 한강 하구에서 시작해 연평도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를 포함하고 있다.
서해 NLL은 제1·2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이 일어난 곳이다. 2함대는 이런 실전 경험이 다수인 데다 평상시에도 북한 도발에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늘 긴장감이 감돈다. 2함대의 구호는 “필승함대 2함대! 싸우면 박살낸다!”이다.
작전 수행 중 숨진 장교와 병사가 많아 대북작전 수행 결의 역시 남다르다. 2함대 관계자는 “장병들은 모항을 떠나는 순간 최전방에 투입되고, 그 현장에서 과거 실전이 벌어졌기 때문에 서해 NLL 수호를 위한 각오가 다른 부대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평택·서해=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오전 8시10분, 해군 2함대 고속정 251편대 참수리 369정을 타고 연평도 인근 서해 NLL 해역에 나갔다. 평택 기지에서 연평도 근해까진 참수리를 타고 약 3시간 걸린다.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바다는 너무나 잔잔했다. 가까이서 보이는 연평도는 고요했다. 251편대장인 정완희 소령(37)이 “저곳이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곳”, “저곳이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포격을 당한 곳”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진 그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바다는 그렇게 무정하게 ‘전투의 기억’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속정편대 대원들은 이날도 묵묵히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비상’ 울리면 샤워하다가도 뛰어야
참수리를 타면 세 번 놀란다. 우선 함정 안에 취사도구와 정수기가 하나도 없다. 보급 담당 대원들은 출항 날짜 3~4일 전부터 도시락과 생수, 화장실 휴지 등을 부지런히 챙겨야 한다. 출입구는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벅찰 정도로 비좁다. 대원들은 계단을 미끄럼타듯 쓱 내려온다. 걸어 내려오기엔 너무 좁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배 안의 침대는 4층 침대다. 척당 대원이 30명에 달하고, 고속정 자체가 단기 작전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하는 게 주 임무이기 때문에 침대는 주로 임시 휴게 장소로 쓰인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출항 전의 참수리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주황색 조끼와 남색 고속정복을 입은 대원들이 갑판에서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었다. 정 편대장은 “출항하기 전 갑판의 주요 장비, 엔진 등을 철저히 점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해상에서 무슨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속정편대의 생활관은 부두 바로 뒤편에 있습니다. ‘5분 대기조’이기 때문이죠. 북한 도발과 같은 비상상황이나 남북한 어선의 NLL 침범 같은 일이 발생하면 샤워하다가도 뛰어나가야 하거든요. 다른 배들은 그런 임무를 하기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여기선 장교들도 집에 제때 가기가 참 힘듭니다. 저는 아내도 해군이고 아들이 둘인데 집이 대전이거든요. 집에 가는 게 두세 달에 한 번꼴밖에 안 됩니다.”
이날 아침은 도시락과 인스턴트 미역국이었다. 돈가스와 김치, 불고기 등이 반찬이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연상시켰다. 대원들은 서로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TV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참수리 369정 정장인 김권태 대위(31)는 “우리에겐 이게 일상”이라며 “바다를 지키지만 내내 배 안에만 있기 때문에 정작 장병들이 바다를 제대로 보긴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 정장은 급히 밥을 먹은 뒤 다시 뱃머리에 올랐다. 그는 그곳에서 선글라스와 머플러, 통신장비를 갖춘 헤드셋을 착용하고 바다를 보며 조타실에 배를 돌릴 방향을 지시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들이쳐 ‘샤워’를 하는데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원래 늘 이렇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붉은 피 서린 푸른 바다
이 배를 탄 대원들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일까 궁금했다. 대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지켜야 할 곳이자 전쟁터입니다. 절대 낭만을 꿈꿀 수 없는 공간이죠. 돌아가신 선배들의 피가 서려 있는 곳이고요.”
김 정장은 “내게 바다와 배는 집이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정장의 역할은 배를 책임지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원들과 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부담을 늘 안고 지내죠. 여기선 항상 정확한 용어로 짧게 지시해요. 그래야 서로 제대로 소통할 수 있거든요. 그게 깨지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이 바다니까요. 여기선 함부로 군기를 잡으려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팀워크와 전우애로 움직여요. 그게 없으면 전체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참수리 369정 갑판장인 강동규 중사(45)는 “갑판장은 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걸 다 한다고 보면 된다”며 “간단한 청소부터 시작해 먹거리, 엔진, 탄약 관리까지 갑판장 손길이 안 가는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에 오를 때 제일 많이 다짐하는 건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자’는 것”이라며 “20년 넘게 바다만 보고 살았지만 이곳 바다는 늘 비상상황에 노출돼 있는 데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길지 알다가도 모를 곳”이라고 했다.
참수리 369정 조타장인 허재진 중사(24)는 “이 부대는 해군 내에서도 가장 고생하는 곳으로 꼽힌다”며 “솔직히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좀 별로’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게 바다는 전장이며,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내가 나서서 지켜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또 “4~11월은 안개가 자주 끼기 때문에 배를 조함하기 참 어렵다”며 “오늘 같은 날도 겉으론 맑아 보여도 가시거리는 그렇게 긴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참수리 369정 통신병이자 전역을 한 달여 앞둔 유통일 병장(23)은 왼쪽 가슴에 ‘서해 수호자 배지’를 달고 있다. 제대할 때까지 평택 2함대 고속정편대 소속으로 서해 NLL 최전방에서 계속 복무하겠다고 서약했다는 증표다. 유 병장은 “우리 부대 장병 중 약 50%가 이 배지를 달고 이곳에 자원한 사람들”이라며 “적의 동향을 실시간 감시하고 어선들이 안전하게 조업하는지 면밀히 봐야 하기 때문에 통신장비 앞에서 떠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바다를 지킨다는 보람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참수리 369정의 무기 관리를 담당하는 병기장인 남정민 중사(27)는 “참수리호는 함수 쪽에 있는 40㎜ 포와 개인 화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안전 관리”라며 “수시로 실전 대비 훈련을 하는데 그때도 가장 강조하는 게 안전과 인명 수호”라고 말했다. 그는 “임무를 마치고 배 안에 돌아와 가족, 친구들과 잠깐 연락할 때가 가장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의 방심”
참수리 대원들에게 “해상 최전방에서 근무하면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언제 올지 모를 북한의 공격’이리란 상상은 빗나갔다. 대원들은 “나의 방심 때문에 자칫 임무 수행을 그르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대청해전 참전자이자 고속정 253편대장인 강동완 소령(37)은 “매너리즘에 빠져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제일 위험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가 고요하고 날씨가 맑은 게 군 입장에선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며 “그럴 때 북한 배들이 기습공격을 감행하거나 NLL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사건이 발생한 뒤의 2함대 고속정편대 현장 상황을 물었다. 대답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이곳은 언제나 비상상황입니다.” ■ 해군 2함대사령부는
제1·2 연평해전, 대청해전…北 위협에 맞서는 해군 최정예
해군 2함대사령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을 관할하는 주력 전투부대다. 1946년 해방병단 인천기지로 창설됐고, 1973년 제5해역사령부로 개편됐다가 1986년 지금의 해군 2함대가 됐다. 1999년 인천에서 경기 평택기지로 이전했다.
2함대 예하에는 해상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해상전투단, 수도권 서쪽 해역을 방어하는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전방 해역 감시 및 타격 임무를 맡은 조기경보전대, 보급 및 정비 업무 담당인 군수전대, 평택기지 방어와 전투근무를 지원하는 기지전대, 함정 교육훈련을 하는 훈련전대, 군기 및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헌병대대, 특수작전임무를 수행하는 5특전대대, 지휘통신체계 운용과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지휘통신대대가 있다.
2함대의 작전 해역은 서해 NLL부터 호남지역 경계선에 이르기까지 남한 육지 면적의 80%에 달한다. 서해 NLL은 길이가 278㎞에 달하며, 한강 하구에서 시작해 연평도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를 포함하고 있다.
서해 NLL은 제1·2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이 일어난 곳이다. 2함대는 이런 실전 경험이 다수인 데다 평상시에도 북한 도발에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늘 긴장감이 감돈다. 2함대의 구호는 “필승함대 2함대! 싸우면 박살낸다!”이다.
작전 수행 중 숨진 장교와 병사가 많아 대북작전 수행 결의 역시 남다르다. 2함대 관계자는 “장병들은 모항을 떠나는 순간 최전방에 투입되고, 그 현장에서 과거 실전이 벌어졌기 때문에 서해 NLL 수호를 위한 각오가 다른 부대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평택·서해=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