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수능 연기…심장 '벌렁' 수험생, 따뜻한 말로 스트레스 덜어 주세요
경북 포항에 사는 수험생 최모씨(18)는 아직도 펜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는 벽이 무너지면서 벽돌이 자동차를 덮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튼튼해 보이던 차가 종이상자처럼 구겨졌다. 최씨는 “잔해물이 떨어진 자리에 차가 아니라 내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수험생 59만3000여 명이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시점에 1978년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 발생한 데다 여진이 계속돼 시험 일정이 1주일 연기됐기 때문이다. 시험 일정 연기에 따라 대입 일정도 대부분 늦춰졌다. 시험이 예정됐던 16일에 모든 계획을 맞추고 달려온 수험생 상당수는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이 초조함과 불안함을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이번 시험에서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심리적인 타격이 큰 사람은 포항 일대 수험생들이다. 김 교수는 먼저 지진을 경험하면서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연재해를 경험하고 나면 많은 사람이 길게는 수주일 동안 불안, 악몽, 초조, 무력감, 짜증, 충동 조절의 어려움 같은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지진을 가장 가까이서 겪으면서 느꼈던 두려움을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혼자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수험생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족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긴장을 풀어줘야 하고 필요하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경북 지역 이외의 수험생들도 심리적으로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항 지역처럼 심각한 수준의 지진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수능이 연기되면서 그동안 세웠던 계획이 틀어져서다. 김 교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계획이 틀어지면서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수험생들이 남은 시간 동안 부족한 공부를 보완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주위에서 조언과 함께 격려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원은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험생 건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스트레스 관리”라며 “이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불면증 및 두통 등을 포함한 신체 증상과 함께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며칠 안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음식도 신경 써야 한다. 원 교수는 “수험생들은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장염이나 위염, 식도염 등에 노출되기 쉽다”며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되 자극적인 음식과 야식을 가급적 삼가고 찬 음식을 자주, 많이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