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사교계의 총아였다. 준수한 외모와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38세이던 1909년부터 외부 세계와 단절하고 글쓰기에만 매달렸다. 파리에 사는 한 청년이 기억 속의 어린 시절을 찾아가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그는 9세 때부터 심한 천식을 앓았다.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1903년 아버지에 이어 1905년 어머니까지 사망하자 그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그에게 소설 쓰기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일이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1권 ‘스완네 집으로’를 출간하려 했지만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이 712쪽짜리 원고를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알 길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결국 1913년 제1권을 자비로 출판했다.

책이 출간된 뒤 반응은 또 달랐다. 거절했던 출판사들이 갑자기 극찬을 보내왔다. 제2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가 출간된 이듬해인 1919년엔 콩쿠르상을 받았다.

프루스트는 폐렴으로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한 듯 소설의 완결을 위해 수도사와 같은 생활을 계속했다. 그는 1922년 11월18일 숨을 거뒀다. 1927년 그가 생전 완성해놓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권 ‘되찾은 시간’이 출간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