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은 또 뭐지?…트렌드 분석이 트렌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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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트렌드 코리아 2018》 《2018 대한민국 트렌드》 …. 추석 명절이 끝난 지난달 둘째주부터 2018년 트렌드 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6주 만에 12권의 트렌드 책이 발간됐다. 단순히 연말을 맞아 새해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하던 분석이 아니다.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전망도 더해졌다. 모바일, 디자인 등 분야별 트렌드 책이 대표적이다. 트렌드 중심에 있는 청춘들의 심리를 분석한 《2018 20대 트렌드 리포트》 《청년 트렌드 리포트》 등도 나왔다.
트렌드 분석 자체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트렌드는 이제 마케터만이 아닌 대중들의 관심사가 됐다.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 트렌드 용어는 누구나 쉽게 사용한다. 이 말을 하고 나선 또 머지않아 깨닫게 된다. 이 트렌드도 옛말이 돼 버렸으며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쏟아지는 트렌드 용어와 책에 질릴 만한 데도 계속 관심을 갖는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8》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는 데 필요한 길잡이를 찾아 나서고 있다.
과거엔 고령화, 개인화 등 최소 10년 주기의 큰 흐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알지 못하면 일상적 대화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를 위해선 트렌드 책도 보고 용어도 알아야 한다. 트렌드가 변하는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단위로 변하던 트렌드는 지금은 1년도 채 안 간다. 올 한 해만 해도 상·하반기의 분위기가 달랐다. 상반기엔 ‘욜로’와 함께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이란 말이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하반기엔 KBS에서 방영된 개그맨 김생민의 ‘영수증’ 열풍이 불면서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엔 이렇게 짧게 발생한 현상에 대해선 ‘유행’이란 말을 썼다. 하지만 단순 유행이라고 하기엔 파급력이 막강해 하나의 트렌드로 분류된다.
트렌드 분석은 출발 자체가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 첫 시작은 김 교수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07년 버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경제에 거품이 극대화됐던 시기다. 이후 경제 부침과 함께 세상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뿌연 안개 속에서 큰 도움까진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길잡이가 절실해졌다. 트렌드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급속한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머릿속에 입력되는 정보의 양이 적으면 호기심에도 한계가 생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매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마주친다. 이 가운데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해지고 있다. 전문적으로 분야별 트렌드 책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스마트폰이 확산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였다.
하지만 트렌드는 결국 심리의 문제다. 트렌드 변화 속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대중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새롭게 나온 2018년 트렌드 전망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각종 전망 속엔 공통점이 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집처럼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찾을 것이란 얘기다. 놀랍게도 이 분석은 김 교수가 내놨던 9년 전 전망과 일치한다. 그는 2009년 트렌드로 ‘소박한 행복 찾기’ ‘다시 집으로’를 제시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바탕 일상을 휩쓸고 난 후 그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다. 현재 그만큼의 경제적 위기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처럼 위축되고 혼자만의 동굴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쏟아지는 2018 트렌드 전망에서 쓸쓸함이 배어나온다.
김희경 문화부 기자 hkkim@hankyung.com
트렌드 분석 자체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트렌드는 이제 마케터만이 아닌 대중들의 관심사가 됐다.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 트렌드 용어는 누구나 쉽게 사용한다. 이 말을 하고 나선 또 머지않아 깨닫게 된다. 이 트렌드도 옛말이 돼 버렸으며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쏟아지는 트렌드 용어와 책에 질릴 만한 데도 계속 관심을 갖는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8》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는 데 필요한 길잡이를 찾아 나서고 있다.
과거엔 고령화, 개인화 등 최소 10년 주기의 큰 흐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알지 못하면 일상적 대화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를 위해선 트렌드 책도 보고 용어도 알아야 한다. 트렌드가 변하는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단위로 변하던 트렌드는 지금은 1년도 채 안 간다. 올 한 해만 해도 상·하반기의 분위기가 달랐다. 상반기엔 ‘욜로’와 함께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이란 말이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하반기엔 KBS에서 방영된 개그맨 김생민의 ‘영수증’ 열풍이 불면서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엔 이렇게 짧게 발생한 현상에 대해선 ‘유행’이란 말을 썼다. 하지만 단순 유행이라고 하기엔 파급력이 막강해 하나의 트렌드로 분류된다.
트렌드 분석은 출발 자체가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 첫 시작은 김 교수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07년 버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경제에 거품이 극대화됐던 시기다. 이후 경제 부침과 함께 세상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뿌연 안개 속에서 큰 도움까진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길잡이가 절실해졌다. 트렌드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급속한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머릿속에 입력되는 정보의 양이 적으면 호기심에도 한계가 생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매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마주친다. 이 가운데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해지고 있다. 전문적으로 분야별 트렌드 책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스마트폰이 확산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였다.
하지만 트렌드는 결국 심리의 문제다. 트렌드 변화 속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대중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새롭게 나온 2018년 트렌드 전망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각종 전망 속엔 공통점이 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집처럼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찾을 것이란 얘기다. 놀랍게도 이 분석은 김 교수가 내놨던 9년 전 전망과 일치한다. 그는 2009년 트렌드로 ‘소박한 행복 찾기’ ‘다시 집으로’를 제시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바탕 일상을 휩쓸고 난 후 그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다. 현재 그만큼의 경제적 위기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처럼 위축되고 혼자만의 동굴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쏟아지는 2018 트렌드 전망에서 쓸쓸함이 배어나온다.
김희경 문화부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