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發) 사정 한파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와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장들에 이어 전 정부 실세였던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로 검찰의 칼끝이 향하고 있어서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례에서 보듯 ‘살아있는 권력’까지 검찰의 표적이 되면서 여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전 정권 주요 인사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정권, 전전 정권에 대해서만 표적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 의도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경고의 말을 이 정부에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과 맞물려 검찰의 칼날이 옛 여권 실세들이 건재한 한국당에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경환 의원이 이미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받았다는 단서가 포착돼 수사선상에 올랐다.

최 의원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돈을 받았다면) 할복하겠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권에선 지난 정부 청와대와 내각에 있었던 친박 의원들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한국당 원유철 의원과 이우현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여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이 의원은 친박 좌장인 서청원 한국당 의원의 측근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함께 옛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적폐 청산 프레임을 끌고 가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조직적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다.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전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가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일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명단이 최근 나돌아 정치권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