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는 순자산 기준 3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 모두 ETF의 매력에 빠졌다. 종목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면서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간편한 투자 수단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ETF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동시에 고민도 깊어졌다. 상장 종목이 300개를 돌파하면서 다양한 ETF 상품 중 어떤 상품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수민 삼성자산운용 ETF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는 물론 증권업계에서 유일한 ETF 전담 연구원이다. 박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뒤 2012년 삼성자산운용에 입사해 2014년부터 ETF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 ETF 관련 보고서를 내놓지만 계량분석(퀀트)이나 파생상품 분석을 겸하는 게 대부분이다.

박 연구원은 ETF의 매력을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중 갈등이 완화돼 사드 피해주 주가가 오를 것 같다는 투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필수소비재나 화장품 업종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주식처럼 매입하는 식이다. 개별 기업의 수익구조나 중국 시장 내 매출 규모 등을 공부하지 않아도 흐름을 파악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ETF는 투자 아이디어에서 실행까지 개별 종목이나 펀드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한 단계 줄일 수 있다”며 “가입과 환매에 2거래일 이상 걸리는 공모펀드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ETF에 투자할 때는 자산구성내역(PDF)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ETF 이름과 종목 구성이 예상과 다를 때가 있어서다.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에 올라타면서도 반도체 가격 강세를 예상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언뜻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반도체’나 ‘TIGER 반도체’ 투자를 마음먹기 쉽지만 두 ETF의 PDF를 확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지수가 아니라 IT하드웨어지수에 포함돼 있어서다. 반도체 지수에는 SK하이닉스와 현대로보틱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3개월 전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투자 비중 상위 종목만 일부 공개하는 일반 액티브 공모 펀드와 달리 ETF는 PDF를 매일 공시한다”며 “해외에서 ETF가 인기를 얻은 이유에는 투자 투명성도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ETF로는 ‘자산배분형 ETF’를 추천했다. 한 ETF에만 투자해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커버드콜 ETF’나 ‘주식채권 혼합형 ETF’가 대표적이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을 매입하는 동시에 해당 주식의 콜옵션을 파는 전략을 쓴다. 주식시장에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시장이 박스권에 빠질 때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고배당커버드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커버드콜 5%’ 등이 대표적이다. 박 연구원은 “커버드콜은 장기 투자에 적합한 ETF”라며 “퇴직연금 등 은퇴 후까지 꾸준하게 불입할 상품을 찾는 투자자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투자 아이디어를 실행할 만한 상품이 없다면 해외 ETF로 눈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한 ETF 가운데 국내보다 투자 영역을 세분화하거나 신선한 투자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상품이 많다”며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차이메리카 ETF’(홍콩증시 상장), 금 채굴기업에 투자해 금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이면서도 변동성이 더 큰 ‘골드마이너 ETF’(미국증시 상장) 등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