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아쉬운 내 마음도 모르고 억새들은 잘가라 손짓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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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만추 여행지 6선
온 산마다 단풍이 들었다. 울긋불긋 수놓은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면 산속에 들어가 그림이 되고 싶다. 만추의 계절은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최고의 단풍여행지 6곳을 선정, 발표했다. 이 가을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단풍길을 따라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파노라마 전망에 반하고! 아차산
아차산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단풍 여행지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금세 산등성이에 닿는다. 게다가 능선을 따라 전망 좋은 장소가 여럿 있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아차산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전망 포인트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고층 건물이 빼곡한 시가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차산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각축전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로, 아차산성을 비롯해 당시 유물과 유적이 발굴됐다. 아차산 이름에 얽힌 일화도 눈길을 끈다. 아차산생태공원과 단풍 명소인 워커힐로를 함께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구리시 고구려대장간마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동구릉을 포함하면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이곳 대신 가을 나들이에 잘 어울리는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을 넣어도 좋다.
낙엽 따라 걷는 시간 여행, 한탄강 벼룻길
경기 북부 한탄강 일대에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닮은 협곡이 있다. 용암대지가 수십만 년 동안 강물에 깎이면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 생겨났다.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됐고, 현재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총 4개 코스 가운데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 ‘한탄강벼룻길’이 개통했다.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이 흐르는 포천시와 연천군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든 인공 협곡이다. 길이 130m 서스펜션브릿지가 인상적인 어메이징파크와 전곡선사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어머니 마음 찾아 떠나는 여행, 강릉 노추산
가는 가을이 아쉽다. 온통 차디찬 공기가 가득하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강릉 노추산으로 발길을 내디딘다. 가을빛 완연한 노추산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나는 모정탑길이 있다. 낙엽 밟으며 모정탑길을 걷다 보면 가을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다람쥐를 벗 삼아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산세가 들어온다. 자연과 어머니의 넉넉함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구름이 손끝에 닿을 것 같은 안반데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커피커퍼 커피박물관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 기울이자. 소나무 향기 가득한 강릉솔향수목원도 빠뜨리면 안 된다. 수목원 산책은 겨울을 견딜 힘을 안겨준다. 늦가을, 강릉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다.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보은 세조길
충북 보은에 있는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가 전해오는 명산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과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 천왕봉, 문장대, 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붙은 이름이다. 현재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세조길 탐방은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게 좋다. 세조길을 걸은 뒤에는 동학농민군이 최후를 맞은 북실 전투를 기리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 들러보자.
고추장보다 빨간 단풍 여행, 순창 강천산
전북 순창의 가을은 고추장 빛깔로 물든다. 아기 손바닥처럼 작은 단풍잎이 화려한 강천산은 왕복 5㎞ 정도의 맨발산책로만 걸어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길이 평탄해 아이들이나 어르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등 누구나 최고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맨발산책로에서 만나는 병풍폭포, 구장군폭포는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강천사, 삼인대, 수령 300년 넘은 모과나무도 챙겨 보자. 계단을 조금 오르면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구름다리)가 나온다.
강천산 일대는 물론 담양 금성산성까지 보인다. 강천산 들어가는 길에 자리한 메타세쿼이아길도 가을빛이 멋지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하거나 지난해 5월 문을 연 발효소스토굴에서 발효 과학의 원리를 미디어 아트로 배울 수 있다. 순창장류박물관, 순창옹기체험관, 순창군승마장 등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근처에 여행 명소가 여럿이다. 읍내에는 금산여관, 방랑싸롱, 순창농부의부엌, 일우당 같은 곳이 젊은 감성으로 인기다. 섬진강을 느끼려면 무지갯빛 조명으로 다리를 밝힌 향가유원지나 물길이 빚어낸 바위 작품이 즐비한 장군목유원지를 추천한다.
억새 산행 길 밀양 사자평고산습지
경남 밀양시 사자평고산습지는 영남알프스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형성된 국내 최대 산지 습지다.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해 2006년 환경부가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한때 육지화의 위기를 맞았으나, 2013년부터 3년간 복원 사업을 벌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습지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표충사에서 사자평습지로 가는 등산로가 여럿이고,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020m 지점까지 10분 만에 올라 영남알프스 경관을 360도로 조망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능선은 억새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코스로 꼽힌다. 천년 고찰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추모하는 유교식 사당이 있는 점이 독특하다. 밀양강을 굽어보는 영남루, 수령 120년 된 소나무 9500여 그루가 울창한 기회송림도 빼놓을 수 없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파노라마 전망에 반하고! 아차산
아차산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단풍 여행지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금세 산등성이에 닿는다. 게다가 능선을 따라 전망 좋은 장소가 여럿 있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아차산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전망 포인트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고층 건물이 빼곡한 시가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차산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각축전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로, 아차산성을 비롯해 당시 유물과 유적이 발굴됐다. 아차산 이름에 얽힌 일화도 눈길을 끈다. 아차산생태공원과 단풍 명소인 워커힐로를 함께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구리시 고구려대장간마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동구릉을 포함하면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이곳 대신 가을 나들이에 잘 어울리는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을 넣어도 좋다.
낙엽 따라 걷는 시간 여행, 한탄강 벼룻길
경기 북부 한탄강 일대에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닮은 협곡이 있다. 용암대지가 수십만 년 동안 강물에 깎이면서 거대한 현무암 협곡이 생겨났다. 한탄강 협곡 지대는 2015년 국가지질공원이 됐고, 현재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이 조성 중이다. 총 4개 코스 가운데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 ‘한탄강벼룻길’이 개통했다.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한탄강이 흐르는 포천시와 연천군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산정호수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포천 관광 1번지’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든 인공 협곡이다. 길이 130m 서스펜션브릿지가 인상적인 어메이징파크와 전곡선사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어머니 마음 찾아 떠나는 여행, 강릉 노추산
가는 가을이 아쉽다. 온통 차디찬 공기가 가득하다.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강릉 노추산으로 발길을 내디딘다. 가을빛 완연한 노추산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나는 모정탑길이 있다. 낙엽 밟으며 모정탑길을 걷다 보면 가을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다람쥐를 벗 삼아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산세가 들어온다. 자연과 어머니의 넉넉함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구름이 손끝에 닿을 것 같은 안반데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커피커퍼 커피박물관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 기울이자. 소나무 향기 가득한 강릉솔향수목원도 빠뜨리면 안 된다. 수목원 산책은 겨울을 견딜 힘을 안겨준다. 늦가을, 강릉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다.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보은 세조길
충북 보은에 있는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가 전해오는 명산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과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 천왕봉, 문장대, 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붙은 이름이다. 현재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세조길 탐방은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게 좋다. 세조길을 걸은 뒤에는 동학농민군이 최후를 맞은 북실 전투를 기리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 들러보자.
고추장보다 빨간 단풍 여행, 순창 강천산
전북 순창의 가을은 고추장 빛깔로 물든다. 아기 손바닥처럼 작은 단풍잎이 화려한 강천산은 왕복 5㎞ 정도의 맨발산책로만 걸어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길이 평탄해 아이들이나 어르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등 누구나 최고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맨발산책로에서 만나는 병풍폭포, 구장군폭포는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강천사, 삼인대, 수령 300년 넘은 모과나무도 챙겨 보자. 계단을 조금 오르면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구름다리)가 나온다.
강천산 일대는 물론 담양 금성산성까지 보인다. 강천산 들어가는 길에 자리한 메타세쿼이아길도 가을빛이 멋지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하거나 지난해 5월 문을 연 발효소스토굴에서 발효 과학의 원리를 미디어 아트로 배울 수 있다. 순창장류박물관, 순창옹기체험관, 순창군승마장 등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근처에 여행 명소가 여럿이다. 읍내에는 금산여관, 방랑싸롱, 순창농부의부엌, 일우당 같은 곳이 젊은 감성으로 인기다. 섬진강을 느끼려면 무지갯빛 조명으로 다리를 밝힌 향가유원지나 물길이 빚어낸 바위 작품이 즐비한 장군목유원지를 추천한다.
억새 산행 길 밀양 사자평고산습지
경남 밀양시 사자평고산습지는 영남알프스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형성된 국내 최대 산지 습지다.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해 2006년 환경부가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한때 육지화의 위기를 맞았으나, 2013년부터 3년간 복원 사업을 벌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습지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표충사에서 사자평습지로 가는 등산로가 여럿이고,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020m 지점까지 10분 만에 올라 영남알프스 경관을 360도로 조망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능선은 억새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코스로 꼽힌다. 천년 고찰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추모하는 유교식 사당이 있는 점이 독특하다. 밀양강을 굽어보는 영남루, 수령 120년 된 소나무 9500여 그루가 울창한 기회송림도 빼놓을 수 없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