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왼쪽부터), 사이먼 래틀, 진은숙이 19일 베를린 필하모닉 첫날 내한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조성진(왼쪽부터), 사이먼 래틀, 진은숙이 19일 베를린 필하모닉 첫날 내한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16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배가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끝을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 조성진과 함께하게 돼 영광입니다.”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베를린필을 이끌어온 사이먼 래틀 음악감독의 ‘마지막 항해’(베를린필의 해외투어)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졌다. 래틀은 내년 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자리를 옮기기 전 베를린필과 함께 오는 25일까지 2주간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한국에선 4년 만의 공연이다.

래틀은 이날 공연 전 서울 반포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를린필과 작업하며 꾸준히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며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시즌마다 연주한 전통적인 곡부터 오케스트라의 여러 색채를 담아낼 수 있는 작품까지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내한 공연 첫날인 이날은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조성진과 함께했다. 협연 곡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탁월한 호흡 조절로 긴장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조성진, 파트별로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음색을 자랑하는 베를린필의 협연에 최적화된 작품이다.

래틀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랜 친구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이 협연자로 조성진을 추천했다”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엄격한 그가 조성진을 칭찬했을 때 놀랐고 이렇게 빨리 함께 연주하게 돼 기뻤다”고 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조성진은 “독일에서 래틀과 처음 리허설할 때 ‘내가 DVD를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설레었다”며 “훌륭한 지휘자들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유튜브 등을 통해 보곤 하는데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베를린필은 이날 무대에서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과 브람스 ‘교향곡 4번’도 연주했다.

20일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진은숙의 ‘코로스 코로돈’을 선보인다. 이 곡은 베를린필의 위촉을 받아 작곡됐다. 래틀은 선곡 이유에 대해 “매 시즌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다”며 “진은숙은 30분 분량의 곡에 들어갈 모든 컬러와 기교를 7분 분량 곡에 담아내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은숙은 음악 보석함과 같다”고 평가했다.

함께 간담회에 나온 진은숙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할 때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베를린필 연주로 이런 공연을 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베를린필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도 함께 선보인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윤이상 이후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신작, 래틀이 가장 잘 연주하는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의 연주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