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여의도 일대에 장기간 방치됐던 학교 부지 등 도시계획시설 개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공터로 남아 지역 애물단지였던 이들 부지가 주거지 등으로 탈바꿈함에 따라 도시 미관 개선은 물론 지역 개발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도시계획시설은 노른자위 땅에 있어 지역 가치 상승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여의도에 방치된 '알짜부지' 개발 시동
◆방치됐던 학교 부지 속속 개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도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뒤 10년 이내에 실시계획인가나 이에 상응하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용지다. 도로 공원 녹지 학교 광장 유원지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장기간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이 개인 사유재산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부지 소유자가 3단계에 걸쳐 해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올해 1월1일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신청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송파구 송파동 99의 1 일대 19245㎡의 학교부지를 도시계획시설(학교)에서 해제했다. 잠실여고와 일신여상 부지 중 학교설립 계획이나 공공시설로 활용할 계획이 없는 곳이다.

40년 넘게 학교 설립 수요가 없었던 강남구 논현동 40 일대 땅(1만3161㎡)도 개발이 가능해졌다. 이곳은 1975년 영동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도시계획시설(학교)로 결정됐으나 그동안 학교 설립 수요가 없어 옥외 골프연습장 등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않게 이용됐다. 지난해 4월 미국계 부동산투자회사인 앤젤로고든이 945억원에 매입, 2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부지 일부(1363㎡)를 공공기부받아 공공청사, 주차장, 어린이집 등 지역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서초구 잠원동 66의 2 일대 학교 부지(1만3176㎡)도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됐다. 이 부지도 1983년 반포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따라 학교로 결정됐지만 학교 수요가 없어 가설건축물인 옥외골프연습장 등이 설치돼 이용돼 왔다. 아파트 부지로 변경돼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오른쪽 땅도 대표적인 학교 부지다. 여의도동 61의 1 일대 LH(한국토지주택공사·8200㎡)와 순복음교회(8264㎡)가 각각 소유한 땅으로 도시계획시설상 학교 부지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주차장은 강남구청 소유 학교 부지다. 이 밖에 서초구 서초동, 광진구 자양동, 영등포구 양평동, 구로구 공동 등에 있는 학교 부지는 구청 차원에서 지구단위계획이 진행 중이다.

◆지역 가치도 덩달아 향상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 도시관리계획상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지만 결정 후 10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장기미집행시설 부지가 전국적으로 833㎢에 달한다. 시설 종류별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주택 건축 등이 허용되고 있는 공원 부지가 396.7㎢로 전체의 56.4%를 차지했다. 녹지 유원지 광장 학교 체육시설 등 기타 용도 부지가 117.9㎢(16.8%)다.

장기간 방치된 도시계획시설은 그동안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인식돼 왔다. 특정 용도가 정해져 있었지만 수요가 적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서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입지가 좋아 개발업체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아 번번이 제자리걸음이었다. 올 들어 이들 시설에 대한 구제제도가 시행되면서 더 많은 부지가 개발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주변 지역 가치도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간 수요가 없어 방치된 만큼 지역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들이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