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공정 난이도
투자대비 생산량 감소
19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가 908억달러(약 99조8300억원)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이 중 365억달러(약 40조1300억원)는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사상 최대로 전년 대비 34.9% 뛰었다.
이처럼 설비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량 전망에는 큰 차이가 없다. IHS마킷은 내년 D램의 ‘비트그로스(bit growth)’ 증가율을 22%, 2019년에는 25%로 각각 예측했다. 올해 19%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용량을 1비트로 환산한 것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반도체 공장은 투자 후 2년 뒤에 양산을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폭발적인 투자에 따른 공급 효과는 2019년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2014년 설비 투자가 46.4% 늘어난 효과는 2016년에 반영돼 D램 비트그로스가 33.3% 뛰었다.
생산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설비 투자와 공급량 사이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D램의 미세화는 2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로 떨어지고 낸드플래시는 3차원(3D)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투자금액도 과거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7㎚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는 대당 가격이 2500억원 안팎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5조원이면 반도체 공장 하나를 새로 세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똑같은 돈을 투자해도 생산량 증가 폭은 과거보다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