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겠다는 아동수당…정작 필요한 저소득층에 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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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일률지급' 논란
정부, 2018년 7월부터 월 10만원 지급 추진
소득재분배 효과 없고 양육수당과 중복
일본, 1972년부터 지급했지만 출산율 급락
세금만 낭비하는 '과잉복지' 가능성 우려
정부, 2018년 7월부터 월 10만원 지급 추진
소득재분배 효과 없고 양육수당과 중복
일본, 1972년부터 지급했지만 출산율 급락
세금만 낭비하는 '과잉복지' 가능성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99.14494493.1.jpg)
![출산율 높이겠다는 아동수당…정작 필요한 저소득층에 덜 돌아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243567.1.jpg)
19일 내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7월 아동수당 도입을 위해 총 1조1009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돈까지 합치면 아동수당 도입 첫해 6개월간 1조5303억원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전체 34.8%에 해당하는 5339억원이 소득 상위 20~40% 계층에 돌아간다. 소득 상위 20% 가구에도 3232억원(20.9%)이 지원된다.
반면 소득 최하위 0~20% 계층에 대한 지원은 1356억원에 그친다. 고소득층(상위 20%)이 저소득층(하위 20%)보다 2.4배 더 많은 아동수당 혜택을 받는 셈이다. 소득분위별 아동수당 지급액을 보면 향후 5년간도 소득 상위 20~40% 계층이 가장 많은 4조6399억원(34.5%)을 받아간다. 아동수당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8년 1조5000억여원에 이어 2019년부터는 매년 3조원씩 든다. 5년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3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고소득층일수록 출산율 높아
아동수당이 저출산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보다 큰 문제는 ‘보편적 복지’ 형태의 지급 방식이다. 수혜자의 소득수준과 신청 자격 등을 따지지 않고 1인당 10만원씩 일괄 지급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이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금성 복지는 일단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성 문제가 있다”며 “그래도 아동수당을 도입하려면 출산율이 낮은 저소득층에 재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선택적 복지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출생아 비율이 가장 높은 계층은 소득수준 상위 20~40% 구간이었다. 전체 출생자의 34.5%에 달했다. 소득 상위 20%인 고소득 계층의 출생아 비율은 20.9%로, 중산층·고소득층이 전체 출생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제력에 따른 출생아 수 차이는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소득 상위 20% 계층은 8만4739명을 낳았고, 상위 20~40%는 13만8858명, 40~60% 계층은 9만6397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40%는 4만2648명, 소득 최하위 20%는 3만4610명을 낳는 데 그쳤다.
현금 복지로는 출산율 못 올려
정치권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여야 불문하고 한목소리로 아동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노년층을 부양하고 경제활동을 견인할 핵심 노동계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태어난 아기는 3만200명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10.9% 감소했다. 6월(2만8900명)과 7월(2만9400명) 신생아 수는 3만 명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의 해법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1972년부터 연간 1조9000억엔의 예산을 들여 아동수당을 지급했지만 가구당 합계출산율은 1970년 2.13명에서 2005년 1.26명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김 교수는 “인구의 인위적인 변화를 아동수당과 같은 정부 예산으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금성 복지보다는 사회서비스 확대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재원을 쏟아부어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포퓰리즘”이라며 “출산휴가 기간의 호봉과 경력을 인정하는 등 여성의 근로 환경에 특단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저소득층의 혜택을 위한 여러 정책 수단을 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노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아동 수가 적어 개별 저소득층 가구의 아동수당 혜택이 적다고 볼 수 없다”며 “아동수당이 도입되면 주로 고소득층이 혜택을 받아온 자녀세액 공제는 폐지될 예정인 반면, 저소득층은 기존의 자녀장려세제에 더하여 아동수당의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됨에 따라 오히려 혜택이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아동수당을 지급할 예정임에 따라 저소득층이 보다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