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의미의 냄새로 기억될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첫눈 밟는 소리, 한 방울씩 목숨이 떨어지는 소리, 죽은 사람 냄새, 장마 냄새….

첫 시집 《오늘의 냄새》(문학수첩)를 낸 이병철 시인의 관심사는 ‘냄새와 소리’다. 2014년 등단 때 “불길한 죽음의 낌새를 냄새와 소리라는 구체적인 감각으로 형상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여전히 온갖 소리와 냄새에 귀를 기울인다.

시인에게 냄새와 소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다.

‘아무도 날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냄새가 되고 싶어/멀리서 가깝고 가까이서 먼 라일락처럼//(…)//죽은 사람의 코와 귀는 살아 있을 거라고/생각한다, 학교에서 가야의 순장을 배웠다’(‘숨바꼭질1’ 중)

일상에서도 시인에게 ‘냄새’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시인은 “장르별, 시기별로 나란히 진열된 수많은 영화 DVD처럼 나에게 냄새란 기억에 각인된 어떤 장면이나 시간, 사람을 선명한 이미지로 재생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했다.

시집에서 사용된 또 다른 이미지는 ‘불’이다. 유년 시절 화재로 집이 불타고 할아버지가 숨진 사고와도 연관이 있다.

‘불을 더 빨갛게 그리라니까, 선생님이 뺨을 때렸다 화끈거리는 뺨 위로 햇살이 눌어붙었다//(…)//불이 데려갈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겠어/아니, 내가 불이 되어 당신들을 데려갈 거야’(‘불조심 포스터’ 중)

“먼지 뒤집어쓰고 있던 것들을 한곳에 모으니 마음이 안정된다”는 이 시인은 “금방 잊히거나 도태되지 않고 늘 자기 갱신을 시도하는 시인이고 싶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