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연 ‘댄서 하우스 오픈 워크숍’.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이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연 ‘댄서 하우스 오픈 워크숍’.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1층에 있는 ‘N스튜디오’. 평소엔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이날은 직장인 등 40여 명에게 문을 열었다.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성창용이 진행하는 ‘아프리카 댄스 스텝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 배우기’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참가자는 헐렁한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로 갈아입었지만 처음엔 쭈뼛쭈뼛했다. 성창용 무용수가 동작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이내 분위기는 달라졌다. “북을 치듯이 팔을 흔들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보세요. 이번엔 허리를 숙이고 머리 위에서 손뼉을 치듯 팔을 귀 쪽으로 당겨 올리면서 크게 돌아볼까요. 어때요, 어렵지 않죠?”

◆“음악 애호가를 무용 팬으로”

국내 현대무용단들이 색다른 시도로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공연 전 워크숍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공연에서 연주할 곡을 미리 들려주는 무곡 콘서트도 열어 음악 애호가가 무용으로 관심을 넓히게 한다. 공연 주제를 담은 웹툰을 연재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무용은 난해하고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성창용 김용걸 김지영 한예리 김남건 최수진 등 6명의 무용수가 2회씩 무대에 서는 공연 ‘댄서 하우스’를 다음달 7~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이기에 앞서 워크숍을 열었다. 참가자가 안무가나 무용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 일부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직장인 김보연 씨(27)는 “학생 때 재즈댄스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취업 이후로 공연을 잘 보지 못했다”며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공연에 관심이 생겨 ‘댄서하우스’에 가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또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음악 ‘투오넬라의 백조’를 소개하는 감상회를 오는 25일 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클래식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에서다. 컨템포러리 음악극 ‘투오넬라의 백조’를 다음달 15~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리기에 앞서 원곡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는 “음악 애호가들이 무용 쪽으로도 건너올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취지”라고 말했다.

◆웹툰작가와의 협업, 크라우드 펀딩도

춤과 음악만이 아니다. 김보람 안무가가 이끄는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만화를 활용했다. 지난 3~4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신작 ‘돈 두(Don’t do)’를 선보이기 전에 웹툰작가 조원표가 ‘돈 두’를 주제로 그린 4컷 만화를 매 주 한 편씩 8주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연재했다. 평소 그림 그리기와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김보람 안무가의 아이디어였다. 허용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기획자는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기에 먼저 친숙한 매체를 활용해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무용팬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무용단도 있다. 21~22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버려야 할 것들…’을 공연하는 파사무용단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지난달 말부터 약 한 달간 모금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식이 공유되면서 톡톡한 홍보 효과를 봤다. 무용단은 이 기간 모은 후원금 1045만원을 무용수 출연비와 스태프 인건비, 세트 제작비 등에 쓸 방침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