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웨딩홀 운영이 웬 말이냐!”

2013년 CJ그룹은 때아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0년 CJ푸드빌이 시작한 웨딩홀 브랜드 ‘아펠가모’가 신혼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자 예식장 사업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도 크지 않던 웨딩사업은 CJ에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

CJ의 고민을 해결해준 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이었다. 유니슨은 작년 초 아펠가모 사업부를 인수해 CJ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웨딩 기업을 탄생시켜 영세하던 웨딩업계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성장판 닫힌 CJ 웨딩사업부 인수… '멀티브랜드 웨딩기업'으로 키워
◆진흙 속 진주 찾아내는 선구안

CJ푸드빌은 2010년 웨딩연회사업팀을 조직했다. 이 팀은 서울 광화문과 반포, 잠실에 ‘아펠가모’라는 브랜드를 단 웨딩홀을 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내세운 아펠가모 브랜드에 예비부부들은 환호했다.

출범 5년 만인 2015년 이용객 수(하객 포함) 55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 243억원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51억원으로 실적도 급성장했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부딪히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지가 갈수록 좁아졌다.

CJ푸드빌 웨딩연회사업팀은 모기업으로부터 인력이나 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장판이 닫힐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유니슨캐피탈의 눈에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브랜드 인지도도 높고, 대기업에서 잘 관리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고객 수를 예측해 선예약금을 받는 사업 특성상 운전 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현금 창출 능력도 뛰어났다. 유니슨은 CJ 관계자를 접촉해 사업팀을 매각하는 것이 회사와 팀에 바람직하다고 설득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뚝심 경영

유니슨은 아펠가모 브랜드와 세 개 웨딩홀을 약 4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지난해 4월 체결했다. 이어 7월 거래를 완료하고 주식회사 아펠가모를 출범시켰다. 100여 명의 사업팀 직원 중 90명이 CJ 잔류 대신 아펠가모를 선택했다. 김수민 대표 등 유니슨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일일이 설득한 결과였다.

아펠가모는 주인이 바뀐 뒤 곧바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CJ에서 사모펀드로 손이 바뀐다는 소식에 식장을 예약했던 신혼부부가 대거 예약을 취소했다. 예비부부들 사이엔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 음식이나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해 7~10월 잡혀 있던 예식이 대거 취소됐다.

그러나 유니슨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분리 예식은 뷔페 재료와 메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예식 후 신혼부부를 위한 서비스도 추가했다. 예식 후 먹을 수 있는 스낵 등 ‘스몰푸드’를 제공하고 결혼 후 백일 또는 1년에 맞춰 이벤트도 마련했다. 곽승웅 유니슨캐피탈 전무는 “주인이 바뀐 뒤 서비스가 더 좋아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 8~9월부터 예약률이 예년 수준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통해 웨딩산업 선진화

아펠가모가 정상화되자 유니슨은 애초 계획한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아펠가모와 비슷하면서 조금 더 고급화된 웨딩 브랜드 ‘더 채플’이 타깃이었다. 더 채플 운영 업체인 유모멘트는 CJ 웨딩연회사업팀 임직원 중 일부가 독립해 2013년 설립한 회사였다.

유니슨은 자본이 부족해 추가 출점이 막힌 유모멘트 경영진에게 “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지점을 더 늘릴 수 있다”며 설득했다. 유니슨은 18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유모멘트 지분 약 60%를 확보, 작년 10월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이후 유니슨은 두 회사의 구매 및 관리 부서를 일원화해 중복되는 지출을 줄였다. 유니슨은 또 브랜드별로 콘셉트를 다양화하는 ‘멀티브랜드·멀티포맷 전략’을 채택했다. 아펠가모와 더채플의 전체 매출은 2015년 446억원에서 작년 462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니슨은 올해 매출이 5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의 ‘베스트 브라이덜’같이 해외에는 여러 개 웨딩 브랜드를 운영하며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웨딩 분야 상장사가 많다”며 “웨딩산업도 기업화·체인화·브랜드화하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