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 다음날 무너지는 징크스 극복하라
박성현은 ‘신인 3관왕’ 등극으로 슈퍼루키의 위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약점도 드러냈다. ‘39년 만의 대기록’이란 엄청난 성과를 냈으면서도 ‘최저평균타수상’을 렉시 톰슨에게 내준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티샷부터 공을 그린까지 보내는 ‘티 투 그린(tee-to-green)’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LPGA 올 시즌 장타 서열 10위 중 7위(270.63야드)에 해당하는 비거리를 낸다. 하지만 페어웨이 정확도가 120위(69.01%)에 그쳤다. 3타를 잃어 ‘꿈의 4관왕’ 문턱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3라운드가 전형적인 사례다. 14개의 티샷 중 7개(50%)만 페어웨이를 지켰다. 상·하체가 정확한 순서대로 회전해야 하는 스윙이 균형을 잃은 탓이다. 상·하체가 따로 논 것이다. 문제 구역으로 티샷이 자주 날아가다 보니 두 번째 샷이 좋을 리가 없다. 3라운드에서 딱 절반만 공을 그린에 올렸을 뿐이다. 버디를 잡아야 할 6번 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선두를 내준 것도 스윙 균형이 깨진 티샷 탓이다.

톰슨도 드라이버 정확도가 116위(69.39%)다. 박성현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린 적중률이 LPGA 투어 1위(77.71%)다. 티샷이 망가져도 어떤 식으로든 공을 그린에 올려놓는 ‘티 투 그린’ 히팅 능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굿샷' 다음날 무너지는 징크스 극복하라
‘잘되는 날’과 ‘안 되는 날’의 편차가 극심한 롤러코스터형 경기를 자주 한다는 점도 숙제다. 박성현은 올 시즌 23개 대회에 출전해 13번의 오버파 라운드를 적어냈다. 톰슨이 21개 대회에서 9번 오버파를 적어낸 것에 비하면 많다.

톰슨도 출렁임이 심한 선수다. 톰슨이 12언더~4오버파의 진폭을 보인 데 비해 박성현은 9언더~6오버파를 기록했다. 문제는 좋은 성적이 나온 다음날 성적이다. 톰슨은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간 경우가 더 많다는 게 확연히 다르다. 톰슨은 올 시즌 몰아치기의 기준으로 보는 7언더파 이상을 6라운드나 쳤다. 이렇게 친 다음 라운드에서 100% 언더파를 이어갔다. 지난 1월 퓨어실크바하마대회 2라운드에선 12언더파를 치고도 다음날 7언더를 또 몰아쳤다. 박성현은 7언더파 이상을 기록한 7개 라운드 가운데 1개 라운드만 언더파를 이어갔을 뿐이다.

벙커샷만 잘했더라도 최저타수상이 그의 손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박성현은 올 시즌 45.31%의 샌드 세이브율을 기록했다. 전체 78위다. 톰슨이 70.37%로 1위다. 시즌 최종전인 CME투어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은 4개의 벙커샷 중 1개만 성공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