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거리 안나는 골프공’을 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술 발달로 선수들의 비거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골프 코스 길이를 계속 늘려야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게임 수준에 맞춰 비거리가 다른 공을 쓰는 방안을 본격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지난 3월 USGA의 마이크 데이비스 전무가 언급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거리 안나는 골프공’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등장한 것은 골프공의 발전으로 평균 300야드 이상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는 선수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PGA투어에선 300야드를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2016-2017시즌에는 43명이 평균 300야드 이상을 쳤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은 지난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티샷으로 439야드를 날리기도 했다.

대회를 치러야하는 골프장들은 이에 맞춰 코스를 계속 확장해야했다. 뉴욕주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은 지난 1896년 US오픈을 열었을 때 총 전장(골프코스 전체 길이)이 4423야드였지만, 내년엔 7439야드인 상태로 US오픈을 치른다. 코스가 길어지면 골프장 개보수와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골프 경기 시간도 길어진다. 타이거 우즈는 이달 초 “공이 너무 멀리 날아가서 골프대회 코스를 만들려면 전장이 7400∼7800야드는 돼야 한다”며 “골프공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골프공의 거리를 줄이는 건 아니다. 특정 대회 혹은 특정 코스에서 쓰는 방안, 각 대회마다 볼에 대한 결정권을 스폰서나 골프클럽 등에 주는 방식 등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