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그레일은 창업 1년6개월 만에 1조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레일이 이 막대한 투자금을 어디다 사용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데이터였다. 수십 만 명의 암환자 유전체 정보를 수집하는 데 투자금을 쏟아부은 것. 병원 및 대학 연구소의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유전체 정보를 끌어모았다.

이처럼 유전체산업에서는 데이터가 특허보다 강력한 경쟁력 확보 수단이 된다. 한국에서도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식별화’를 통해 빅데이터의 유통, 활용 방안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비식별화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다른 정보로 대체하거나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도록 하는 조치다. 비식별화 방식으로는 △가명화(홍길동→임꺽정) △범주화(홍길동, 35세→홍씨, 30대) △마스킹(홍길동→홍××) 등의 방식이 있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비식별화된 개인 정보 사용이 허용되면 프로그램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식별화 조치를 바탕으로 선진국은 데이터 거래 기반을 활발히 조성 중이다. 중국은 7개의 데이터 거래소를 개설하고 100여 개 기관이 데이터 유통 및 활용에 참여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