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가 의사와 함께 의료사건 전문 법무법인을 차리거나 회계법인이 변호사를 고용해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관련 소송까지 맡는 게 현행법으론 금지돼 있는데, 칸막이를 허물어 동업을 허용해주자는 게 기재부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방안의 하나로 기재부가 추진 중인 전문 서비스업 육성책의 일환이다. 반면 법무부는 변호사의 공공성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관련 전문자격사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 있어 실제 추진 여부는 미지수다.
'변호사-의사 동업' 의료전문 로펌은 불법?
변호사법 개정해 동업 허용하나

기재부는 다음달께 혁신성장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할 예정인 ‘서비스업 발전 방안’에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 여부를 포함시킬지를 놓고 법무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률시장에서의 영업규제 완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소관인 변호사법 제34조에서는 비(非)변호사가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하거나 법률 사무와 관련한 이익을 분배받는 형태의 동업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변호사법을 개정해 동업을 허용하면 법률 분야와 의료 특허 회계 등 다른 전문분야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관련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동업을 허용하면 변호사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변호사가 고객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 이해충돌 방지 의무 등을 위반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009년에도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하려 했으나 법무부와 법조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시 기재부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다수 국가가 변호사와 비변호사 간 동업을 허용한다”며 “한국은 동업이 허용되지 않아 전문자격사들이 소비자에게 종합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도 찬반양론

법조계에서도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들어가면서 법조계 일자리 창출에 동업 허용이 일조할 수 있다는 찬성론과 변호사가 다른 직역의 ‘하수인’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지금도 법무법인에 회계사와 변리사가, 회계법인에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동업 금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라 법무법인에 고용된 회계사와 변리사는 이익을 분배받을 수 없고 내부 자문만 허용된다. 그러나 일부 법무법인은 소속 회계사와 변리사에게 동업자에게만 줄 수 있는 배당을 인센티브 명목으로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형 로펌들은 특허법인과 제휴하면서 서로 고객을 소개해주는 ‘동업 아닌 동업’ 관계를 맺고 있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동업을 허용하면 도대체 누가 피해를 본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변호사법 34조는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주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