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일본 웹사이트(아마존 재팬)에서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웨이브’ 판매를 갑자기 중단했다. 아마존 측은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웨이브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 네이버 '견제?'… AI스피커 '웨이브' 판매 중지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마존 재팬은 지난 8일 웨이브 판매를 갑자기 중단했다. 출시(지난달 5일)된 지 한 달여밖에 안된 신제품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웨이브는 네이버와 라인이 공동 개발한 AI ‘클로바’를 탑재한 스피커다. 음악 감상, 간단한 대화와 날씨 알림 기능 등이 있다.

아마존 재팬은 웨이브 판매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웨이브는 라인 홈페이지(클로바 공식 사이트)는 물론 아마존 재팬, 라쿠텐 마켓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모두 입점했다. 아마존 측은 “항상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매할 상품을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에 아마존이 경쟁 제품을 의식한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마존이 이달 자사 AI 스피커 ‘에코’를 일본에서 출시하면서 경쟁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라인과 아마존 외에도 구글과 소니 등이 AI 스피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MMD 조사 결과 구글의 ‘구글 홈’이 가장 인지도가 높고 아마존 에코와 웨이브가 추격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에코를 출시하며 자사 AI 스피커로만 이용이 가능한 음악 서비스를 월 380엔(약 3700원)에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마존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독점금지법 전문가인 후나다 마사유키 릿쿄대 명예교수는 “아마존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라인의 제품을 판매 금지한 것은 독점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자사 입점 업체인 라인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아마존의 행위는 공정한 사업활동을 제약하고 있으며 악의적”이라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 측에 확인한 결과 웨이브가 아마존 재팬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지된 것은 사실”이라며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나 판매 중지 원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