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연정협상 결렬을 발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연정협상 결렬을 발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독일 여당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자유민주당, 녹색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실패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연정 협상에 참여한 4개 당은 19일(현지시간) 밤 12시 직전까지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총 32.9%를 득표한 기민·기사당 연합은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원활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각각 10.7%, 8.9%를 득표한 자민당, 녹색당과 연대해 일명 ‘자메이카 연정’이 구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민·기사연합(검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의 상징색이 자메이카 국기와 같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연정을 제때 구성하지 못한 것은 시리아 등 국제 난민 가족들의 추가 이민 허용을 두고 각 정당이 극심한 의견 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 기간산업인 자동차의 내연기관 규제 같은 환경 문제에서도 강하게 부딪쳤다. 녹색당은 석탄화력발전 퇴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을 주장하고 있으나 친(親)기업 성향인 자민당은 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는 “협상에 참여한 4개 정당이 국가 현대화에 대한 공동 비전이나 신뢰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 불성실하게 통치하느니 통치하지 않는 게 낫다”며 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이주민 문제에 관한 각 정당의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타협에 이를 수 있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연정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메르켈 총리는 기민·기사당만으로 소수정부를 운영하거나 재선거를 선택해야 한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어 재선거를 치러도 비슷한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소수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전례가 없다. 소수정부로 남으면 정책 결정이 매번 어려워진다.

독일 일간 빌트는 연정에 실패하면 메르켈 총리의 직책이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디벨트 온라인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4%는 연정협상에 실패하면 메르켈 총리가 사임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31.5%만이 총리직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